우리는 마을에서 온 `고현태권도클럽`입니다
상태바
우리는 마을에서 온 `고현태권도클럽`입니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3.08.25 16:45
  • 호수 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탐방 │ 고현태권도클럽
---------------------------------------------------
고현초 졸업생 김태성 남해햇살재가복지센터장
고현태권도클럽 훈련장소, 김태균 관장 섭외 등
후원금 300만원 기탁 고현면 태권도·교육 활성화 기여

8개월 만에 학생·학부모 1품 심사 합격 기쁨
김태균 경남체육관 관장, 방과 후 방문 지도

"태권!" 고현면 탁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기합. 이상하다. 탁구장에서 태권이라니. 매주 월·수·금요일 저녁 7시부터 고현면탁구장에는 고현초등학교 학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들을 따라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미취학아동들도 있고, 나아가 학부모들도 함께 배우고 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모두가 하나 되는 `고현태권도클럽(all고태)`이다. 지금 고현면 탑동거리 저녁 시간에는 아이들로 인해 어두웠던 탑동거리가 환해지고 있다. 지난 18일 태권도 배움 열정으로 가득한 고현면탁구장을 방문해 고현태권도클럽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고현태권도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이다.
고현태권도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이다.

고현에는 닿지 않았던 태권도
 2022년 10월 31일. 고현태권도클럽이 본격적으로 출범한 날이다. 이전까지 고현면에서는 태권도를 접하기 어려운 물리적·재정적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태권도를 배울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고현초등학교·도마초등학교의 작은 학교 살리기로 인해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고현면으로 모였고, 학생들은 여러 교육 수요 중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렇지만 고현면에는 태권도 도장도, 지도할 전문가도, 장비 등이 없었다. 학교나 행정도 태권도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신설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남해읍에 있는 태권도장들은 탑동을 비롯해 고현면 깊숙한 곳까지는 운행을 하지 않았기에 태권도를 주기적으로 배우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태균 관장의 지도 아래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김태균 관장의 지도 아래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김태성 햇살재가복지센터장
고현태권도클럽 창단 물꼬 터줘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까지 고현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던 임성경 씨가 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등 수요를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김태성 남해햇살재가복지센터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태성 후원회장이 학부모들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태성 후원회장이 학부모들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태성 센터장은 태권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87학번 졸업생이자, 부산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 김태성 센터장은 고현초등학교 졸업생으로서, 어렵게 자리 잡고 있는 젊은 학부모들이 고현면에 계속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서게 됐다.
 김태성 센터장은 "면 단위 지역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아이들과 젊은 학부모들이 지역에 활기를 돋우는데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며 "또, 태권도라는 제가 잘 아는 분야이고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고현태권도클럽의 시작을 회상했다.
 김태성 센터장은 남해읍에서 경남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교 동문 김태균 관장에게 사정을 설명하면서 아이들의 지도를 부탁했고, 김태균 관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또, 중요한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위해 김태성 센터장과 임성경 씨는 여러 장소를 물색했고 고현면행정복지센터와 협의 끝에 간이로 탁구장에 도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이용료는 제대로 지불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태성 센터장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울 수 있도록 용품구입비와 운영비 등 명목으로 현재까지 300만원의 후원금을 쾌척하며 고현태권도클럽의 후원회장으로서 역할을 자처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은 성인이다 보니 아이들과 교육 진도에 차이가 나기에, 김태성 후원회장이 학부모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렇게 지금 고현태권도클럽은 미취학아동과 고현초등학교 학생, 학부모 등 25명이 매주 3일씩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훈련이 끝나면 김태균 관장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장난도 친다.
훈련이 끝나면 김태균 관장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장난도 친다.

1품 심사 통과, 시범단 구상
 고현태권도클럽의 시설은 보통 태권도장 보다 열악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1차 목표였던 1품을 획득하는 것이었는데, 올해 6월 25일 진주시 문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69회 국기원 경남 승품·단 심사대회에 참가해 20명 넘게 1품 심사를 통과했다. 코로나19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해 불참한 소수 인원은 다음을 기약했다.

 김태성 후원회장과 마찬가지로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를 졸업한 김태균 관장은 30년 가까이 태권도계에 몸을 담으며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봉사에 가까울 정도로 헌신하고 있는 김태균 관장은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까지 우리 아이들은 결석 없이 잘 따라와 줬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태권도를 대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저 또한 진심으로 가르치고 있다"며 창립 당시 1차 목표를 달성한 점에 대해 언급했다.
 다음 목표나 계획을 묻자, 김태균 관장은 "태권도는 건강한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예의범절과 단체생활 등 인간을 성장시키는 운동"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태권도를 고현과 같이 면 단위 지역에 많이 확산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하고, "아이들이 더 성장하고 실력이 쌓이면 겨루기나 격파 등 시범단을 운영해 군민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 했는데 관장님과 후원회장님 덕분에 배울 수 있게 됐다"며 "이것만으로도 기쁜데, 1품을 따내는 아이들을 보니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한 "방과 후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러 가면 맘이 편하다"며 "아이들이 넘치는 에너지도 쏟고 오고, 급하게 퇴근하지 않아도 돼 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은 힘들이 모여 만들어진 고현태권도클럽. 오늘 저녁에도 아이들의 우렁찬 기합소리와 웃음소리로 탑동거리를 밝히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