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의 고함에 동네 어른들이 무기를 들고 쫓아 오지만 그때마다 거짓이었다. 무료함을 달래고 허둥거리는 어른들의 모습을 즐기던 소년의 거짓말은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큰 손해를 입는 것으로 끝난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잘 읽지 않는 이솝우화에 담긴 이야기다. 영화도 흥행에 성공하면 2, 3편이 나오는 요즘에 어른들의 아재 개그에 양치기 소년의 2편 이야기를 한 달 전 뉴욕의 중심부에서 이민 간 지 40년도 더 되었다는 가이드에게 들었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때문에 양들이 많이 죽어 소년은 직장을 잃었다. 할 일 없이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데 여러 대의 비행기가 지나갔고 소년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를 세며 큰소리로 "넉 대다" 외쳤단다. 이에 놀란 마을 주민이 달려왔다가 거짓말로 오인해 많이 맞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이 외에도 가이드는 수많은 아재 개그를 일정 내내 해 황당하기까지 했다.
잊혀 가는 우화가 농담 소재로 다시 등장한 것은 재미를 위한 것보다는 현재의 사회현상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넉 대와 늑대의 차이는 글로서는 명확하지만, 앞뒤 말없이 들었을 때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아재 개그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은 우화만 모른다면 억울함을 주장할 수도 있어 보인다.
자고 나면 들려오는 어이없는 말장난이 계속 늘어가도 평온할 수 있는 이유는 제재를 가하지 않는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옳고 그른 것을 다투는 정의까지는 아니어도 본인의 일만 아니면 외면해버리는 무관심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요즘이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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