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값과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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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값과 이름값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9.07 17:28
  • 호수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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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호 시조시인
서  관  호시조시인
서 관 호
시조시인

 복잡한 세상살이 하다보면 자기를 방어하는데 가장 큰 무기는 정직이라는 걸 깨달을 때가 많다. 그것이 꼭 자기 일에서가 아닐지라도. 
 세상이 복잡해졌다는 것은 인구가 많아지고 문물이 다양해졌다는 뜻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의 정신세계가 복잡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은 늘어난 인구에 비해 또는 발달한 문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간의 비리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는 정치, 사기 갈취 탈세 등이 판치는 구부러진 경제,`묻지 마 살인`등의 사회악 뉴스가 텔레비전을 끄게 하는 시대가 되었기로 국가가 막아달라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내가 할 일 중의 하나가 반듯한 나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굴값을 하거나 이름값을 하는 자기 또는 그러한 또 하나의 자기를 만드는 일이 확산될 때 세상을 맑아지게 하고 살맛나는 세상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옛날 어른들은 행동이 미운 사람에게`꼴값 하네`더 심하게는`꼴값 떨고 있네`라고들 하였다.`꼴`이라는 것이 얼굴이고 그것이 아무개라는 개인을 일컫는다.`이름값`이라고 할 때의 이름이나 같은 뜻이다. 제목에서 같은 뜻인데도 두 단어로 표현한 것은 강조법 중의 반복법인 셈이다. 얼굴이 되었든 이름이 되었든 아무개라고 하는 자기를 내걸고 그와 상응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행동기준 내지는 삶의 기준이 설정되었다면 이것을 어떻게 내면화시킬 것인가? 그것은 쇠뇌교육이다. 
 참고로, 쇠뇌는 요즘 유행하는 말 가스라이팅과는 다르다. 가스라이팅은 상황을 조작해서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서`심리지배`라고도 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가해자에게 점차 의존하게 된다. 
 쇠뇌란,예전에 화살을 여러 개 잇달아 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활의 하나를 이르던 말이다. 그러니까 화살을 여러 개 잇달아 쏘듯이 끊임없이 주입하여 뇌리에 박히게 하는 교육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받던 반공교육 중에는 북한에서는 사상교육의 일환으로 날마다 총화라는 자기반성을 시킨다고 들었다. 이런 종류의 여러 가지 쇠뇌를 통해서 유일사상 내지는 체제우위를 선동한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쇠뇌라는 용어는 남의 것인 양 여겨왔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의 잔소리도 일종의 쇠뇌교육인 셈이다.`콩나물에 물주기`를 떠올려 보자. 하루에 몇 번씩을 물을 주지만 콩나물은 도대체 언제 클까 싶을 만큼 자라는 속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주는 물은 모두 시루로 흘러내리고 아무 소용없는 일을 하는 듯도 하다. 그러나 어느새 콩나물은 자라있고 제사상에 오르는 어엿한 나물행세를 하게 된다. 쇠뇌교육이 곧 그러하다. 구멍 난 독에 물붓기로도 콩나물이 자라듯이 사람에게 뭔가를 퍼부으면 아무개가 유일신도 된다. 인간을 완전히 개조하는 힘이 잔소리에 있다는 뜻도 된다. 
 우리 조상님들의 교육방법 중에는 밥상머리교육이라는 게 있었다. 이것이 부모 입장에서 말하면 가정교육이고, 자녀 입장에서 말하면 잔소리다. 그러니까 소위 잔소리를 콩나물에 물을 주듯이 일정하게 하는 것이 자식에게 얼굴값 이름값을 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는 말이다. 
 요약하면 복잡한 세상, 혼돈의 세상에서 정직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얼굴값, 이름값을 하면서 살아가는 책임 있는 한 인물을 키우려면`콩나물에 물주기`처럼 잔소리를 하면 된다는 이야기이다.`콩나물에 물주기`꼭 기억하고 실행하는 부모 되기, 이것이 현대인의 필수 과제라는 말이다. 하나밖에 없는 내 새끼로 키워서 닥칠 위험을 생각하고, 더불어 살면서 행복한 내 새끼로 키우는 방법은 연발로 쏘아주는 잔소리의 화살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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