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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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9.15 09:38
  • 호수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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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잘 활용하면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아는 것으로 생각한다. 
 유년기 시절 술만 드시면 폭력을 일삼으신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부끄러움과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만 유전자 때문인지 아버지 못지않은 주당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술을 마셔도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만 흥을 내어 술친구들을 재밌게 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가난이 부끄러워 열심히 일했고 타인에게 실수하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하고 살아가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고만고만한 자녀를 둔 친구들과 남해읍 사거리에서 자식을 보았을 때 자녀가 먼저 아는 체 하는지 아니면 몰래 피해버리는지에 대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자식이 반갑게 뛰어와 인사를 한다면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피해버린다면 부모를 부끄러워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아버지의 탈모나 엄마의 나이를 부끄럽게 생각해 학교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TV에서 보았을 때 괜스레 줄어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걱정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부끄러움조차도 딸들에게 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요즘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공산주의를 배우고 그들과 친했다고 한들 그분의 삶의 걸음은 오직 조국독립에 있었다. `걸어본 적도 없는 길을 만약 걸어갔다면`이란 가정으로 그분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버지의 탈모를 부끄러워하는 열 살 딸보다도 더 무지하게 생각된다. 이유 있는 국민의 부끄러움을 그들도 좀 알아주길 기대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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