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가곡과 아리아의 밤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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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가곡과 아리아의 밤을 마치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9.15 09:50
  • 호수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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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호 시조시인 / 제7회 한성권 독창회 기획자
서  관  호시조시인
서 관 호
시조시인

 9월 8일은 남해 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빛났던 하루였다. 남해탈공연박물관 공연장에서 열린 남해시대신문사 초청 제7회 바리톤 한성권 독창회 - 고향사랑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 진행되는 동안 공연장을 가득 메운 120명 클래식 마니아들의 환호와 박수소리는 남해 들판의 귀뚜라미 소리를 잠재우고 폭죽과 불꽃이 되어 별나라에 닿았다. 
 순수 고전음악 공연이 열린 것은 남해에서는 처음이 아닌가 한다. 성악가가 활동하는 도시, 대학이 있는 고장, 음악 발표를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있는 곳이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하게는 수년전 함양 상림에서 한 독지가의 기부로 5년가량 음악회를 열고 음악가에게 거액의 상금까지 주기도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후원의 손길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상림 음악회에 초대되었던 저는 경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서의 음악회를 늘 꿈꿔오다가, 작년에는 멋진 정원이 있는 창선의 한 찻집 `꼬빠테서`에서 시조 낭송과 가곡, 그리고 가요의 3중주로서`대방산 연가`라는 이름의 작은 음악회를 실험한 바 있다. 
 이번에는 내 친구 바리톤 한성권의 돈독한 애향심과 재부 향우 몇 분의 협찬을 받아 남해시대신문사의 문화마인드에 접목시켰다. 부산 음악계에서 호흡을 맞춰오던 소프라노 장은녕, 피아니스트 정소연 음악가는 출연료 대신 거마비로 낮춰주었고, 그 옛날 남해시대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창단했던 합창단의 후신인 칸타빌레 합창단의 협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앙상블 로맨틱 뮤지크 연주단에서도 찬조 출연하는 등으로 클래식과 적절히 어우러진 타 장르와의 조화로 청중의 기대와 환호를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며 그 몇 가지 증거를 제시코자 한다.

고향사랑 가곡과 아리아의 밤을 마치고.
고향사랑 가곡과 아리아의 밤을 마치고.

 첫째, 수준 높은 관객들의 감상 태도였다. 100석 객석을 예약자로 다 채우고 미처 예약하지 못했던 20여명은 보조의자도 마다않고 초만원을 이루었으며, 대부분이 클래식 관객답게 정장차림으로 참석하여 처음 열리는 클래식 음악회를 전통으로 물들였다. 연주되는 음악을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박수치고 때로는 환호하며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 되는 모습 그 자체가 음악보다 더 높은 예술의 경지였다. 
 둘째, 출연진의 예술가다움이었다. 각계 최고수준의 출연진, 출연료와 무관한 봉사, 애향심과 예술혼에 불타는 정열로 보물섬에 수놓아준 예술의 경지는 관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나중에 한 관객의 소감을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셋째, 주최 측인 남해시대신문사 직원들의 일사불란한 진행과 헌신이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다 아실 테니 헌신이 무색하지 않도록 헌사는 생략한다. 
 넷째, 향우들의 협찬이다. 세상에 돈이 필요한 곳은 많고 많다. 그 중에서도 고향 사람들의 정서를 어루만지는데 거금을 쾌척해준 제현들의 겸양지심을 거룩하게 받들어서 존함을 거명하지 않음을 양해 바란다. 
 이제 한 관객의 소감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획자의 변을 대신하고자 한다. 공연예술의 성패는 관객의 반응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분들이 증인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회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성악을 공부하던 기억도 갖고 있습니다. 목을 다치기 전에는 하이 소프라노였고 이태리 가곡을 배우기도 했었지요. 뜨겁던 8월을 보내고 9월의 초입, 가을바람을 미리 몰고 온 독창회는 잊었던 기억들을 주섬주섬 들추어냈습니다. 그렇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성악가로 말이죠. 아무도 인생을 모른다는 그 말을 요즘 자주 듣는데, 그 말이 정답이 아닐까요.
 독창회를 꿈꾸던 소녀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다니…. 음악회 덕분에 제 멋대로 부풀어 오른 마음을 다잡기 어려웠습니다. 타인을 위한 행동 중에 날 위하지 않은 행동이? 어디 있겠습니까. 가곡은 저에게 평생 처음 받아보는 큰 선물 같았습니다. 
 친구 분이신 바리톤 성악가님께도 감사의 말을 보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 절제된 태도와 넘치지 않는 소리와 호흡의 안배가 돋보였습니다. 그것이 연륜이고 전문가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그 목소리를 연주장에서 반갑게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시간은 1시가 넘어가고 하현달은 낮은 산자락에 기대어 빨간 눈을 치뜨고 밤을 지켜냅니다. 편안한 밤을 지내라고, 그러라고, 그래야 한다고.

 - 신애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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