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특한 `깡두`가 할머니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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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특한 `깡두`가 할머니를 구했다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3.09.15 11:28
  • 호수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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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폭우 쏟아진 날
헛간으로 가는 할머니
깡두가 못 가게 말려
잠시 후 헛간 우르르
모계가 진돗개 계통으로 알려진 깡두가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뻔한 할머니를 구해 화제다.
모계가 진돗개 계통으로 알려진 깡두가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뻔한 할머니를 구해 화제다.

 남해에 반려인의 생명을 지킨 동물이 있어 화제다.
 조류생태학자이자 생태사진작가인 장성래 씨는 지난 4일 본지에 "사람을 구한 반려견이 있다"는 제보를 했다. 다음날인 5일 화제의 주인공이 있다는 이동면 무림마을 김천일(64) 씨 집을 찾았다.
 제보인 장성래 씨와 반려인 김천일 씨에 따르면 `깡두`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개는 태풍과 폭우가 몰아치던 지난달 24일 아침 9시 30분께 며칠 전 미국에서 돌아와 친정에 머물고 있던 김천일 씨의 누나 김진주(71) 할머니의 목숨을 구했다.

반려인 김천일 씨가 깡두를 기특하다는 듯 어루만져주고 있다.
반려인 김천일 씨가 깡두를 기특하다는 듯 어루만져주고 있다.

 그날 김진주 할머니는 태풍과 폭우로 어수선한 집 마당을 쓸기 위해 쓰레받기를 찾아 헛간으로 향했다. 그 순간 `깡두`가 할머니를 못 가게 막아섰다. 놀아주라고 하나 싶어 떼어 놓았지만 평소 순박한 깡두는 그날따라 유별나게 할머니를 몸으로 밀치며 막아섰다고 한다. 깡두와 할머니가 실랑이를 하던 그때, 낡은 이 집의 헛간이 비바람에 더 허술해졌는지 순간적으로 무너졌다. 만약 깡두가 할머니를 막아서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김천일 씨에 따르면 깡두는 4일 전 미국에서 온 진주 할머니를 잘 따랐고, 진주 할머니도 그런 깡두가 사랑스러워 천일 씨가 맡아오던 깡두의 아침·저녁 산책을 도맡았다고 한다. 

김천일 씨의 헛간이 무너져 있다. 깡두는 낙엽을 쓸기 위해 쓰레받기를 가지러 헛간에 가는 할머니를 막아섰고 잠시 후 헛간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김천일 씨의 헛간이 무너져 있다. 깡두는 낙엽을 쓸기 위해 쓰레받기를 가지러 헛간에 가는 할머니를 막아섰고 잠시 후 헛간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김천일 씨에 따르면 깡두는 지난해 11월 남면 석교 또는 월포마을로 추정되는 한 농가에서 입양왔다고 한다. 깡두의 아버지와 엄마 모두 전남 진도군에서 많은 비용을 치르고 사 온 순수혈통 진돗개인데, 깡두 엄마가 주인 몰래 외출을 해 깡두를 비롯한 새끼 네마리를 가졌고 이후 출산했다. 이로 인해 깡두를 비롯한 새끼들이 순수 진돗개 혈통이 아니라고 판단한 반려견 주인이 깡두가 어미 젖을 떼자마자 우연히 낚시터에 만난 김천일 씨에게 입양보냈다고 한다.
 깡두의 반려인 김천일 씨는 "개가 헛간의 미세한 흔들림을 감지했는지 그날따라 유난히 할머니의 앞길을 막았고, 덕분에 누님이 소중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깡두의 기특함을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제보자 장성래 씨는 "김천일 집에서 일어난 일은 진돗개의 직감이 사람을 살린 사례다. 이번 일로 사람들이 동물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깡두`는 그 후 귀한 연어와 전어구이를 보답으로 받았고 지금도 반려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깡두는 김천일 씨의 조카가 `깡다구 두목이 되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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