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보라색 아픔, 연두색 희망을 여백에 담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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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보라색 아픔, 연두색 희망을 여백에 담아보세요"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3.10.02 09:47
  • 호수 8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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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드로잉카페 보물섬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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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12인 남해도서관에서 전시회 열어
드로잉카페, 정기 수업과 원데이클래스 진행
"미대 출신 주인장의 따뜻한 가르침 좋아"

올해 가을 초입인 9월 초순에 남해도서관 갤러리 꿈길에 `보물섬그리다` 회원들이 초대받았다. 12명 예비작가들이 선보인 30여점의 작품들을 보러온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했으며 이들의 첫 전시회를 축하하는 꽃들로 남해도서관 복도는 복적거렸다. 요즘 최고의 지역 갤러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도서관 갤러리 꿈길에 어울리는 전시회였다.
전시회의 주인공인 김미정, 김유빈, 김은진, 남 희, 류덕점, 류상란, 류애란, 박미순, 손정아, 이승연, 이현정, 이현진. 이들이 모여 작품활동을 하는 곳이 궁금해 지난 18일 남해읍 양지마을 언덕배기에 내려앉은 드로잉카페 `보물섬그리다`를 찾았다. <편집자 주>

보물섬그리다 회원들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남해도서관 갤러리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다.
보물섬그리다 회원들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남해도서관 갤러리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다.

민트색 화실에 무엇이 있을까
 `보물섬을그리다`에 들어서면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주인장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커피와 차, 그리고 그림이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카페답게 카페 구석구석에 주인장 김은진 작가와 회원들이 그린 작품들이 적절한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찾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다. 느슨함과 평온함이다. 여유로운 자리와 소품 배치, 한쪽 구석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창밖으로 보이는 푸르름, 찾아온 낯선 이가 궁금해 창 앞에서 서성이는 나비 한 쌍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미대 출신인 김은진 작가. 내년에는 설천 눈냇골목욕탕미술관과 남면 바래길작은미술관에서 회원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라 전했다.
미대 출신인 김은진 작가. 내년에는 설천 눈냇골목욕탕미술관과 남면 바래길작은미술관에서 회원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라 전했다.

김은진 작가의 새로운 도전
 충청도 처자인 김은진 작가는 남해가 본적인 남편을 만나 부산에 살다가 9년 전 시조부모와 시부모가 사는 남해에 왔다. "어릴 적 농촌에서 살았던 행복했던 기억"을 세 아이도 느껴보길 원해 도시의 편리를 뒤로하고 시골의 불편함을 자발적으로 택했다. 시조부모까지 4대가 함께 살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자라는 모습을 보며 때때로 겪는 시골살이의 불편을 잊고 산다.
 귀촌해 방과후 학교 교사와 미술학원 원장을 거쳐 지난해 4월 시어른들이 계시는 양지마을 언덕에 드로잉카페를 지었다.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민트색으로 색칠한 드로잉카페를 차리자 그림 그리기에 목말랐던 이들이 샘을 찾아 들었다. 8월 말부터 9월 초순까지 남해도서관 갤러리 꿈길에서 전시회를 연 12인의 예비작가가 그들이었다.

김은진 작가와 이현정 작가의 작품이 올해 개천미술대전에서 특선과 입선에 뽑혔다. 이 두 작품은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다. 왼쪽 작품이 김은진 작가의 작품이고. 오른쪽 작품이 이현정 회원의 작품이다.
김은진 작가와 이현정 작가의 작품이 올해 개천미술대전에서 특선과 입선에 뽑혔다. 이 두 작품은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다. 왼쪽 작품이 김은진 작가의 작품이고. 오른쪽 작품이 이현정 회원의 작품이다.

꿈과 활력을 찾는 예비작가들
 보물섬그리다를 찾은 이들은 카페가 주는 여유 속에서 그림을 통해 자신을 찾는 과정을 밟고 있다. 드로잉카페를 14개월째 찾고 있다는 남 희 씨는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보물섬그리다를 알게 돼 꿈을 이뤘다. 이곳에 오는 수요일 덕분에 화요일 오전부터 행복한 나를 만난다"고 말했다.
 미조 송정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 드로잉카페에 온다는 이현정 씨는 "남해로 귀촌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문화 활동의 결핍이었다. 보물섬그리다가 내 결핍을 채워줬다. 덕분에 삶이 즐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물섬그리다 카페에서 보이는 풍광들이 평온함을 선물한다.
보물섬그리다 카페에서 보이는 풍광들이 평온함을 선물한다.

그림은 내 속의 나를 만나는 과정 
 보물섬그리다에서 주인장의 시부모님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며 끓여온 작두콩 차를 마시며 김은진 작가와 남 희, 이현정 회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의 머릿속엔 시인과 촌장의 멤버인 하덕규가 작사한 노래 가시나무의 가사가 맴돌았다. 

드로잉카페 보물섬그리다는 남해읍 양지마을 언덕배기에 있다. 보물섬그리다는 남해의 자연과 사람을 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드로잉카페 보물섬그리다는 남해읍 양지마을 언덕배기에 있다. 보물섬그리다는 남해의 자연과 사람을 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덕규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곳 없네…. 내속엔 내가 이길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고 울어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하며 내 속에서 나와 끊임없이 싸우고 사랑하는 우리네 삶과 존재의 무거움을 이야기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모든 것을 잊습니다. 오직 그림에만 집중합니다. 오롯이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이 행복이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라는 회원들의 바람이 보물섬그리다에서 보이는 푸른 하늘처럼 마냥 푸르기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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