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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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0.06 15:25
  • 호수 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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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아버지와의 불화로 국제시장 좌판에서 만두를 빚어 팔며 삼 형제를 거의 홀로 키운 어머니에게 어찌 그리 힘든 삶을 버틸 수 있었는지 여쭌 적이 있다. 여러 상황 중 지금도 가만히 웃음 지어지는 얘기는 점쟁이가 아들들 잘 키우면 노후가 편할 테니 어려움을 잘 참고 견디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득 웃다가도 만약 그때 점쟁이가 자식들 버리고 재가하라고 했으면 큰일 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서늘해지곤 한다.
 물론 어머니께서 점쟁이 얘기대로 하시지는 않았겠지만, 힘을 돋우는 미래 이야기가 많은 위안을 주었던 것 같다. 월세방 구할 돈도 없이 처가에 결혼을 허락받을 때도 유일한 무기는 점쟁이가 써준 궁합과 사주뿐이었다. 지금은 어렵지만, 결혼 후 3년이 지나면 돈을 벌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좋아진다는 사주가 장인에게 피력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서울에서도 찾아온다는 유명한 점쟁이의 사주풀이였기에 억지스러운 당당함으로 결혼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생애 처음 본 사주가 너무 좋아 그 뒤부터는 한 번도 점을 보지 않았다. 세 번째 사주는 친한 형님이 멀리 대전까지 점을 보러 가며 봐 온 사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상황을 점쟁이가 얘기해 주는데 너무 놀랐다. 주변 아무도 모르는 일을 너무 정확하게 말하였기에 등골이 오싹했다. 웬만한 것은 원하는 대로 이룬다는 고마운 점괘보다 아버지의 길었던 방황이 자식들의 액땜을 하였다는 얘기가 더욱 가슴에 크게 와 닿았다.
 모르는 점쟁이의 점괘에도 희망과 두려움을 느끼는 걸 보면, 긍정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는 하게 생각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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