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국민교육헌장 읽던 아이 가덕도 신공항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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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국민교육헌장 읽던 아이 가덕도 신공항 만든다
  • 하혜경 서울주재기자
  • 승인 2023.10.16 15:58
  • 호수 8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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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발전 위해 다양한 민간 참여의 길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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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정희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김정희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
김정희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

 부산 가덕도 신공항 개항 필수 과제였던 `공항 건설공단법`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10일 김정희(남해읍 출신·49)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총괄과장이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으로 임명됐다. 김 향우는 옛 남산꽃집을 운영하던 김태종·윤희춘 부부의 장녀로 태어나 남해여중과 부산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행시 45기로 공직에 입문, 국토부에서 국제항공과장, 혁신행정담당관, 자동차정책과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9월 인사에서 일반직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김 단장에게 승진 소감과 신공항 건립추진계획 등을 들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행시에 도전했는데 공직생활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항상 제가 살아가야 할 시대는 여성도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하셨습니다. 그래서 늘 일을 하는 제 모습을 생각했었고 어릴 때는 막연하게 교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서를 쓸 때 아버지께서 제가 선생님보다 공직이 더 맞을 것 같다면서 행정학과에 가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멋있어 보였고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을 쳐서 합격하기만 하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행정학과에 진학하게 되었고 공무원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처음 행정학과를 갔을 때는 막연하게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지 꼭 행정고시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대학에 들어가서 고시 합격한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도 저 선배들처럼 중앙부처에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데 기여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린마음에 열심히 하면 다 될 것 같았고, 한 번뿐인 인생에 치열하게 매달려본 흔적 하나쯤은 있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1996년도에 여성의 공직임용을 높이기 위해서 행정고시에도 여성채용목표제를 도입했는데 이 조치가 여성도 고위공무원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신호 같았습니다. 그래서 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국토부 주요 부서에서 근무하시면서 업무추진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업무처리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요?
 일을 하면서 항상 염두에 두는 문구는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 입니다. 정부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 내부 뿐만 아니라 국회, 관련부처, 시민단체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소통과 협력이 중요합니다. 늘 눈과 귀를 열고 열린 마음으로 들으려고 노력합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가덕도 신공항은 경남인들의 숙원사업인데 추진이 늦어졌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요?
 2006년 노무현대통령이 늘어나는 남부권의 항공수요를 담당할 남부권 신공항 건설 검토를 지시한 이후로 동남권 신공항, 영남권 신공항 다양한 이름으로 역대 대통령의 지역공약에 포함되었다가 결국 21년 2월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건설법이 통과되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게 되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부산시 강서구 일원에 여객, 물류중심의 복합기능을 가진 24시간 운영가능한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을 건설해 영남권의 항공수요에 대응하고 지방 활성화를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 및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2029년 12월 개항이 목표입니다. 
 고품질의 안전한 공항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연말까지 가덕도신공항건설기본계획을 고시하는 일입니다. 기본계획이 고시되어야 토지보상, 공사발주 등 후속조치가 시행될 수 있습니다. 기본계획을 연내에 고시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방부 등 관련부처와 부산시, 경남도와 협의해야 할 사안들이 많습니다. 관련기관과 협력해서 차질없이 후속조치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공항건설을 책임질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설립해야 합니다. 공단설립 법이 10월 6일 국회를 통과해 공포를 앞두고 있습니다. 법 시행시기에 맞춰 내년 상반기 중 건설공단을 출범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계획입니다. 
 
학창시절이나 부모님과 기억나는 추억이 있나요?
 독서를 좋아하는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저희 어릴 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없어 책이 가장 재미있는 놀거리였습니다. 집에 있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 3~4번씩 봐서 친구집에 놀러가서 안 읽어본 책을 보면 그걸 읽느라 친구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어릴때는 주로 동화책이었는데 커가면서 만화책, 역사책, 소설책으로 바뀌었습니다. 
 부모님 모두 아침 일찍 부터 밤 늦게까지 장사하시느라 엄청 바쁘셨는데 도움을 요청하면 항상 도와주셨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2학년 숙제였던 국민교육헌장을 못 외워 울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딱하게 보시고 함께 읽어주셨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숙제를 해온 사람은 내가 유일했습니다. 어린시절 어버지랑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장면이 생생합니다. 
 
최근 우리 군의 가장 큰 이슈는 지방소멸입니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2011년 8월부터 2년 넘게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지금의 지방시대위원회의 전신)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떤 정책을 펴야 우리의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고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지방에서도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어려워지니까 젊은 사람들은 계속 지방을 떠나게 되고 인구가 줄어드니 서비스 비용이 높아지고 질은 떨어져서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 만의 힘으로 쉽지 않습니다. 성장시대에는 정부가 이끌고 민간이 따라가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정부보다 민간의 영역이 큽니다. 민간이 지방에 투자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 하는 투자 뿐만 아니라 도시에는 사는 젊은이들이 6차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베이비 부머들이 지방에서 소일하며 살 수 있게 하는 것 등 다양한 방식의 민간 참여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향을 지키고 계신 분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생활력 강하고 끈끈한 남해사람 특유의 정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저도 남해사람으로서 긍지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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