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지키며 변화에도 적극적인 남해관광 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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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지키며 변화에도 적극적인 남해관광 1번지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10.27 11:22
  • 호수 8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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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구생활 15 | 삼동면 물건마을

남해시대는 남해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마을탐구생활`을 연재하고 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마을자원조사와 각종 마을지원활동을 통해 축적한 자료를 제공하고 남해시대와 함께 마을주민들을 찾아 취재를 진행해왔다. 남해군에는 221개의 마을이 있다. 남해시대는 마을을 지키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남해지역 역사를 기록하고 마을공동체 발전을 돕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15번째 마을로 삼동면 물건마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물건방조어부림과 길이 660m의 몽돌해변 그리고 물건마을 전경이다. 〈사진제공: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물건방조어부림과 길이 660m의 몽돌해변 그리고 물건마을 전경이다. 〈사진제공: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물건마을 강중식 이장.
물건마을 강중식 이장.

 삼동면 물건마을은 방조어부림과 몽돌해변 등 천연의 생태관광자원과 인근의 독일마을, 원예예술촌, 남해요트학교 등이 있어 남해 제1의 관광명소이다. 
 해안가의 400년 넘은 고목들이 숲을 이뤄 오늘도 마을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방조어부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됐다. 억센 바닷바람과 해일 등으로부터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고자 17세기경 조림된 숲이자 물고기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어부림이기도 해서 예부터 방조어부림이라고 불렸다. 숲은 길이 1㎞, 폭 30m 내외이고 나무의 높이는 대체로 10~15m 정도다. 보리수나무, 동백나무 등 작은 나무를 비롯해 이팝나무, 모감주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후박나무, 참느릅나무 등 수령 400년도 넘는 고목 1천여 그루가 반원형을 그리고 있다. 
 물건마을에는 숲을 해치면 마을이 크게 망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실제로 19세기 말 숲에 있는 나무 일부를 베어냈다가 그해 폭풍으로 마을이 상당히 큰 피해를 입기도 하고, 또 흉년이 닥쳤을 때에는 숲나무의 초근목피로 주민들이 기근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숲의 나무를 베면 벌금을 내기로 약속하고 숲을 지켜왔다. 물건방조어부림은 2002년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년의숲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고, `2006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에 선정됐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인어이야기` `환상의 커플` `고독이 몸부림칠 때` 등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등장해 유명세를 누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8일 물건마을 어부림 당산제가 열려 주민들이 당산나무 앞에서 제사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물건마을 어부림 당산제가 열려 주민들이 당산나무 앞에서 제사를 올리고 있다.

숲 동제가 있는 마을, `수피아` 브랜드 정해
 특이하게도 물건마을 주민들은 동제를 마을 당산과 숲 당산 두 곳에서 매년 음력 10월 15일 2시부터 지낸다. 강중식 이장은 "마을 동제는 마을의 평안을 빌고, 숲 동제는 풍어와 풍년을 빕니다. 한날 마을 동제부터 모시고 숲 동제를 모시지요"라고 설명한다. 마을 동제는 독일마을 입구에 있는 당산목(느티나무)에서, 숲 동제는 방조어부림에 있는 가장 큰 팽나무 아래에 금줄을 치고 지낸다. 이 당산나무는 195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제관은 그동안 마을 반마다 돌아가며 맡았지만 2005년부터는 노인회에서 주관하고 있다고 한다. 제관은 노인회가, 제물 준비는 마을 부녀회(부녀회장 김순옥)가 맡아서 한다. 
 그만큼 이 마을주민들은 수호신으로서 숲과 나무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2008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국가지정 시범마을로 선정된 물건마을은 마을 브랜드를 `수피아`로 정하고 이후 수피아홍보관, 수피아목욕탕, 수피아지겟길 등 마을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과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음력 10월 15일 숲 동제를 모시는 당산나무.
음력 10월 15일 숲 동제를 모시는 당산나무.

인근 독일마을 영향 상업인구 증가추세
 물건마을의 주민 수는 약 600여 명 정도이며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주민 수의 3분의 1이 넘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래도 최근 5년간 독일마을 관광 활성화 덕에 연고 없이 사업과 교육을 이유로 마을 유입되는 인구가 32가구 41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농어업 인구는 계속 주는데 상업인구가 큰 추세로 늘고 있어요. 카페만 해도 40~50군데 정도 되고 잘되는 곳은 주말 매출만 3천만 원이 넘는다고 해요. 상가마을 쪽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마을 행사나 일에도 참여해줘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도 들어요." 강중식 이장의 말이다.

물건방조어부림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생태관광자산이다. 숲을 거닐 수 있는 산책로이다.
물건방조어부림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생태관광자산이다. 숲을 거닐 수 있는 산책로이다.

 독일마을은 행정구역상 물건마을에 속하지만, 남해군 최고의 관광지로서 현재 독자적 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겨울에도 온화하고 이모작이 가능한 해양성 기후 지역이라 벼, 마늘, 시금치, 고추 등을 전통적으로 재배해왔지만, 고령화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매년 밭농사(마늘농사)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고 농지들이 텃밭 용도로 활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업은 물건어촌계를 중심으로 20여 명이 호망, 통발, 유자망어업, 낚시업 등을 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어촌계원이 85명 이상이었으나 역시 고령화로 인해 어부도 줄고, 근해 어획량의 감소로 어선도 줄어들었다. 그에 반해 최근에는 요트학교나 독일마을로 귀어, 귀촌한 사람들이 레저용으로 요트를 계류장에 정박해두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수산물 가공업으로 조합원 70여 명 규모의 물건어부림식품(물건어부림영어조합법인)을 운영하는데, 주로 멸치액젓을 제조하며 연간 매출은 약 12억 원가량 된다. 강 이장은 "국내산 천일염과 근해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멸치로 담근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지만 일손 부족, 소금 원가 상승, 소비 급감으로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래도 장비 현대화, 소분포장 등 판매, 유통, 홍보를 다각화해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물건마을 주민들은 관광 활성화로 인한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3천 평 규모의 공영주차장, 캠핑장, 상설무대 마련을 위해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공용화장실 개선, 방조어부림 조명과 데크 정비, 마을 안길 포장 등도 마을의 현안이다. 사라져가는 마을의 전통과 발자취를 되살리고자 마을 관련 자료 수집·보존 활동도 열심이다.
 물건마을의 오늘은 마을을 강하게 결속시켜온 전통과 남해관광 1번지라는 명성에 부합하려는 최근의 추세가 맞물려 변화의 격류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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