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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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1.16 14:47
  • 호수 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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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우리는 끝없는 하루를 반복적으로 살아간다. 하루의 반은 밝은 태양 아래에서 또 다른 반은 달빛과 인위적인 불빛을 제외하면 칠흑 같은 어둠에서 지내고 있다. 낮이 생명을 키우고 삶을 영위하는 시간이라면 밤은 휴식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모든 사물이 뚜렷한 낮에는 무엇에 쉬이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밤은 다르다. 뚜렷하지 않은 형태의 사물을 보고는 괜스레 놀라기도 하고 혼자 걷는 길에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에 움츠러들기도 한다.
 그 옛날 외조부께서 다천마을에서 약주를 드시고 고모마을로 질러 넘어오는 산길을 걸어오시다가 소복을 입은 귀신을 보았다며 밤에 혼자 절대 다천마을에서 넘어오는 지름길 말고 큰길로 돌아오길 당부하셨다.
 또 한 친구는 바람이 부는 저녁에 혼자 자전거로 귀가하다가 누가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너무 놀라 자전거를 버리고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가 다음날 가보니 자전거 짐칸에 묶어둔 고무줄이 풀려 뒷바퀴에 감겨 있었다고 한다.
 구전이거나 경험담을 듣고도 반신반의하는 것은 대부분 밤에 일어난 일이라 정확하게 보았다는 확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빛은 희망으로 그림자는 두려움으로 정의되어 버린 것 같다. 주말 저녁 리모컨 돌리기도 귀찮아 시청한 황당한 중국무협영화를 바라보며 적잖이 실망할 무렵 내용과 상관없어 보이는 "그림자 뒤에는 빛이 있다"라는 대사에 깜짝 놀랐다. 
 살아가며 눈앞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도 돌아설 용기만 있다면 희망으로 바뀐다는 가르침을 주는 듯한 주인공의 대사에 지루함을 이기고 본 것이 감사할 지경이었다. 그림자 뒤에는 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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