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 동남치마을, 마을 번성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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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 동남치마을, 마을 번성을 기대하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1.17 14:16
  • 호수 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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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구생활 16-2 │ 고현면 동남치마을

 높아진 가을 하늘을 만끽하며 나선 곳은 고현면 동남치마을이다. 남해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몇 달간 여러 차례 뵈어온 낯익은 얼굴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을 소풍처럼 가볍기만 하다. 동남치마을은 현재 남해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찾아가는 마을학교` 사업의 최종단계인 『우리마을 사용설명서』를 제작하고 있다. 책자는 오는 12월 발간 예정이다.
 화창하던 10월 중순, 동남치마을의 이 당(70) 이장, 정기연(77) 개발위원, 조정옥(67) 개발위원을 만났다. 남해는 이모작 지대인 만큼 가을추수철이 끝나자마자 땅 정비를 해야 하고, 곧이어 마늘 파종시기까지 연달아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다. 이 바쁜 농번기에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일하기 딱 좋은 날씨에 밭일을 제치고 나와주신 마을 지도자들의 열정이 가을 햇살만큼 따사롭다. <편집자 주>

동남치마을 주민들의 단체사진이다.
동남치마을 주민들의 단체사진이다.

<지난 호에 이어>
 
주민자치로 빚어낸 우리 마을 비전
 남해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올해 6월부터 두 달여 동안 `찾아가는 마을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총 5개 마을의 `자원조사`를 마치고, 지난 8월 2차례에 걸쳐 4개 마을의 `주민워크숍`을 진행했다.

동남치마을 주민들의 특성을 나타낸 동남치마을사진관이다.
동남치마을 주민들의 특성을 나타낸 동남치마을사진관이다.

 `찾아가는 마을학교`란, 1단계 마을자원조사(마을의 인적·물적·사회적 자원 파악), 2단계 주민워크숍(주민 주도 마을 비전, 계획 수립), 최종 3단계 우리마을사용설명서(마을책자)를 제작하는 `남해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단계별 사업 프로그램이다. 
 이런 과정으로 진행된 동남치마을의 주민워크숍으로, 지난 8월 20명이 넘게 마을회관에 모여 앉은 주민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팀을 나누어 조장을 뽑고 큰소리로 구호도 외친다. 옆에 앉은 이웃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의 눈, 코, 입을 그리고 `마을사진관`을 완성한다. 오랜 세월 한 동네서 지내왔지만 서로 얼굴을 지그시 바라볼 일은 없기에, 쑥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분위기 속에서 장난도 치며 금세 웃음꽃이 피어난다.

동남치마을 주민들이 마을자원을 분류하고 있다.
동남치마을 주민들이 마을자원을 분류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마을의 자원을 찾아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지만 막상 어떤 자원이 있는지 선뜻 떠오르지가 않는다. 옆 지기는 무얼 썼는지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씩 적어나간다. 
 1차적으로 모인 자원을 분류 후, 타 마을과 중복되는 내용을 걸러내고 상품성 살리기에 적합한 자원을 찾기 위해 평가과정을 거친다. 장시간 토론과 투표를 통해 동남치마을 대표자원으로 `남치저수지, 산책로, 대국산성`이 뽑혔다. 그리고 그 대표자원의 활용방안으로는 `대국산성에서 해맞이 활동`, `남치저수지의 산책로와 구름다리 조성`, `대국산성과 남치저수지를 연결하는 콘텐츠 만들기` 등을 도출해냈다. 막연하거나 거창하기보다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자원들을 십분 활용하는, 그야말로 결과가 확실한 비전을 찾았다는 점이 다른 마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동남치마을 주민들이 투표로 뽑는 마을 자원 중 하나인 대국산성의 전경이다. 〈사진: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동남치마을 주민들이 투표로 뽑는 마을 자원 중 하나인 대국산성의 전경이다. 〈사진: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현재 마을공동수익사업이라고는 보증금 200만원, 월세 15만원인 빈집사업 한 채와 평균 월 소득 80만 원 정도의 38kw 태양광 사업이 전부이기에, 마을주민들은 공동수익사업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민워크숍의 결과를 보면 무조건 큰돈이 되는 대규모 수익사업을 계획하기 보다는 마을의 자원을 보존하며 아름답게 가꾸는 쪽으로 마음을 모았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남치저수지 풍경.
남치저수지 풍경.

아름다운 동화 같은 청정 장수마을
 이제 결과들을 실행에 옮기는 작업이 남았다. 평균연령 70세를 넘은지 오래고 실거주 주민은 60명이 조금 넘는데,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역부족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옛날 누구의 도움 없이도 십시일반 주민 스스로 만들어냈던 `마을길`처럼 동남치 주민들의 저력으로 못 할 일이 있겠나 싶다. 마을지도자들의 표현처럼 과거엔 전기도 제일 늦게 들어오고 길도 스스로 만들어야 했던 소위 `오지마을`이었지만, 그 덕분에 동남치는 옛 모습을 간직한 청정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뭐든 스마트하고 편리하게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 돈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고귀한 보물을 가졌으니,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현시대에 맞게 스마트한 방법까지 가미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이 탄생할지 기대 된다. 그 옛날 보부상길과 함께했던 마을의 번성을 다시금 그려본다. 그 여정을 `남해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도 함께할 예정이다.

 박진경 남해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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