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으로 이주민과 원주민의 어울림의 장 만들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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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힘으로 이주민과 원주민의 어울림의 장 만들어갈 겁니다"
  • 김수연 시민기자
  • 승인 2023.11.17 14:36
  • 호수 8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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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상주 풍물 동아리 `메구 치자` 이끄는 이상호 씨
남해 상주 귀촌 9개월차 새내기 이상호 씨.
남해 상주 귀촌 9개월차 새내기 이상호 씨.

 제29회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 이틀째인 지난달 20일, 4년 만에 열린 화전가요제에는 파란이 일었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10개 읍·면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제치고 새로운 얼굴이 대상을 차지했다. 파란의 주인공은 상주면의 이상호(49) 씨다. 그는 이날 가수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시원하게 열창해 관중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대상과 함께 당당히 상금 1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상주해수욕장 개장식에서 공연한 이상호 씨와 `상주 메구 치자` 회원들.
상주해수욕장 개장식에서 공연한 이상호 씨와 `상주 메구 치자` 회원들.

상주초 작은학교 살리기 통해 귀촌
 이상호 씨는 올해 2월 남해에 살러 온 만 9개월차 귀촌인이다. 아내 우경미(44) 씨와 아들 우(상주초 5학년), 딸 푸른하늘(2학년)과 함께 상주면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다. 
 "남해 상주는 아이들 데리고 가족 여행을 여러 번 왔던 곳이에요. 재작년 겨울 캠핑왔을 때 아들이 여기서 살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대도시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건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던 차였다. "도시에선 아이들이 친구와 어울리려면 놀이터가 아닌 학원에 가야 하고 학원을 보내려면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니까요. 교육적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회의적이었지요." 50대를 앞두고 삶의 전환점이 필요했고 아내도 그의 뜻에 기꺼이 함께 해주었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는 작은 마을, 상주마을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직장에도 이주 결정을 알리고 귀촌 준비를 했다. 상주초등학교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통해 마련된 공공임대주택 면접도 봤다. 그리고 합격. 그 어렵다는 상주면으로의 `전입`이 확정됐다.
 그는 귀촌 9개월차라는 짧은 `정착력`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존재감과 친화력을 보여준다. 이전까지의 삶의 터전을 떠나 남해에 왔음에도 마치 10년은 된 것처럼 지역에 `스며들어` 살고 있다. 올해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해 관내 초등학교 두 곳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상주해수욕장 개장 기간에는 학교 지킴이 어른의 소개로 새내기 귀촌인은 쉽게 할 수 없다는 `꿀 알바` 주차장 관리요원 일도 했다. "관리요원 일 덕분에 마을 분들을 더 많이 만나고 친해졌어요." 땅을 빌려줄 테니 농사지어보라는 마을 어른도 있다. 쉽게 덤빌 일이 아니라서 사양했지만 언젠가는 농사에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상호 씨는 무슨 일이든 제안이 오거나 할 일이 생기면 해보면서 1년의 생활 사이클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상주초등학교 행복축제에서의 어울림마당.
상주초등학교 행복축제에서의 어울림마당.

마을 행사마다 메구 치는 소리 울려
 그가 마을에서 무엇보다 열과 성을 다해 만들어가는 게 있다.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상주 메구 치자` 풍물 동아리다. 지역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 해왔다는 상호 씨는 메구(꽹과리), 징, 장구, 북을 통해 이주민과 원주민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주 메구패만 해도 코로나 이후로는 활동을 거의 못 해 이대로 가면 명맥이 끊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 같은 이주민과 원주민이 한데 어울려 할 수 있는 일은 문화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을 안에서 화합하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다 보니 상주 메구를 알게 됐고 이것을 같이할 사람들을 모았어요. 다행히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상호 씨는 문화의 힘으로 마을의 화합과 행복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상호 씨는 문화의 힘으로 마을의 화합과 행복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메구 치자` 회원은 20명 정도, 실제로 활동하는 이는 15명 정도다. 이들이 꾸준히 연습하며 마을의 각종 행사에 참여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해수욕장 개장식 때는 비가 오는데도 정말 열심히 했죠. 그게 우리 `메구 치자` 회원들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자 힘이 되었어요." 초등학교 아이들 다랑논 모내기 길놀이, 상주해수욕장 개장식 개막 공연, 아이들과 함께한 군민체육대회 입장식 길놀이, 상주초 행복축제 어울림마당까지 `메구 치자`는 이제 마을 행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짙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평소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가만가만히 인사하는 조용한 이미지의 이상호 씨. 그러나 그에겐 예능인의 재능과 끼가 꿈틀거린다. 그는 대전 중부권에 터를 잡고 전국을 다니며 공연하는 마당극패 `우금치`에서 16년간 활동해온 베테랑 배우다. 극단에서도 운영위원이자 예술국장까지 맡았던 주축 멤버였다. 그런 그가 남해행을 결심하면서 인생 전반의 고락을 함께해온 동료들과 고향과도 같은 극단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는 정리하고 온 셈이다. "극단과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죠. 이제는 객원으로만 활동해요." 
 상호 씨는 `메구 치자` 회원들과 함께 상주면 마을을 돌며 작은 공연을 할 계획을 짜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찾아가려고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작은 잔치를 벌여보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정월대보름에 길놀이와 달집태우기에도 참가하고 싶어요. 꼭 지키고 싶은 공동체의 전통문화이니까요. 그게 1년 사이클의 마무리가 되겠네요." 
 실력이 출중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이웃과 어울려 즐거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꽹과리를 잡고 풍물을 치며 `메구 치자`가 마을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사랑받게 하고 싶다. 그는 남해의 전통문화예술과 공동체문화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남해 어르신들이 기억하는 지역의 전통 소리를 복원하고 알려 소외받는 어르신들이 주목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해 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서도 그의 바람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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