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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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1.23 16:35
  • 호수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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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동네 골목마다 시끌벅적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한 시기가 있었다. 요즘이야 학교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 보기도 힘들지만, 그 시절은 친구들과 몸으로 부딪치고 뛰어다니는 것 말고는 별다른 놀이가 없었다.
 학교를 파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 하나로 좁은 골목에서 해질 녘까지 뛰어놀았다. 자전거 한 대 스카이 콩콩 하나면 친구끼리 차례를 기다려가며 타고 놀았고 구슬이나 딱지는 고수의 비밀창고에 쌓여갔다. 뽑기에서 뽑은 흰 가루가 묻은 캐러멜은 아끼고 아끼다 결국 주머니에 눌어붙어 빨래하는 어머니에게 야단도 맞았다. 여름이면 멱을 감고 겨울이면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했다.
 지금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서 공부하고 쉬는 시간은 컴퓨터와 핸드폰을 만지며 놀지만, 그때는 주말 아침 만화영화 정도가 자리를 지키며 노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동네마다 잘 사는 친구들이 항상 새로운 놀이기구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곤 하였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약국집 아들이 그러하였다. 취미로 우표 수집을 했고 스카이콩콩과 부루마블(blue marble)이란 주사위를 던져 세계를 일주하며 건물을 짓는 게임도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모든 게 부러웠지만, 특히 그 집 마당의 오뚜기는 꼭 갖고 싶었는데 아마도 당시 복싱이 큰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리라. 붉은색 비닐에 바닥 쪽에 모래가 들어있는 오뚜기를 툭툭 주먹질을 해보면 넘어지다 일어서는 모습이 아무리 어려워도 극복하고 이겨 내기를 바라는 교훈을 주는듯해 왠지 모를 각오를 다지기도 하였던 기억이다.
 선진국이 되고 모든 것이 풍요롭게만 보이는 요즘이지만 살기는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마음속의 오뚜기를 다시 꺼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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