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렁더우렁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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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렁더우렁 사는 세상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1.23 17:02
  • 호수 8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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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이 현 숙
칼럼니스트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은 스마트 기기의 과사용 등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안질환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금과옥조로 삼기에 제격이다. 눈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며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고 알려졌다. 
 차제에 눈 건강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한편 시각장애인의 삶과 고통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참고로 매년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시각장애인협회가 공식 제정한 `흰 지팡이의 날`이다. 그리고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눈의 날`이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등록 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2퍼센트인 265만 3,000명이다. 그중 시각장애인이 9.5퍼센트를 차지한다. 수적으로 결코 적지 않건만 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이들과 마주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들의 바깥 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선진국의 척도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체계의 내용이나 수준에 비례해서 선진국의 면모가 완성되는 게 아닌가 한다.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남해군이 올해 4월 20일 남해실내체육관에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리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남해군이 올해 4월 20일 남해실내체육관에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리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안착하려면 국가 차원의 협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실질적이고도 다각적인 지원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교통 약자인 이들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언제든 원하는 장소나 시설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거리 곳곳의 인도 턱이나 지하철 계단 등 이동시 위험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해서도 상시적인 안전 점검과 개선이 요구된다. 심리적인 안정은 물론 재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안내견 사업도 확대해 봄직하다.
 패기와 열정이 넘치던 청춘 시절, 세상에 보탬이 될 만한 의미 있는 봉사 활동을 물색하던 차에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주관하는 `낭독 봉사자 교육`에 참여했다. 3개월간의 프로그램에는 주말 오후 서울 명동 번화가를 눈을 가린 채 2인1조가 되어 보행하는 체험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차량과 인파로 뒤섞인 거리에 발을 들이자마자 불편은 둘째 치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며 발자국 소리에 공포감이 솟구쳤다. 
 시각 장애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데는 중복장애인 시설의 원장이 들려준 경험담이 한몫했다. 그분 역시 시각장애가 있는 터에 중증장애 아동들이 모여 생활하는 시설의 운영자로서 어려움이 한둘이 아닌 듯했다. 가장 난감한 것은 여기저기 실례해 놓은 똥을 발로 밟을 때와 못질할 때라는 말에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꿈을 꾼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다만 후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에 국한된다. 시간이 궁금하면 시계 뚜껑을 열어 시침과 분침을 손끝으로 더듬어 시간을 파악한다. 사람을 만날 때 악수를 나누면 상대방 손의 위치 또는 두께나 감촉을 통해 신장·체형·연령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시각을 잃은 대신 청각이 발달하여 외부에서 들려오는 음성과 소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 시각장애인이 등불을 들고 밤길에 나섰다. 이를 본 사람이 `앞도 안 보이는데 왜 공연스레 등불을 밝히느냐` 물었다. 그러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이 나와 부딪치지 않고 길을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육신의 눈과 관계없이 마음의 눈이 밝은 사람의 덕목이며 주변인들까지 미소하게 만든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문제로는 그동안 누차 이슈가 된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도 자신들의 과격한 의사 표출 방식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해지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보니 비난의 여론을 무릅쓰고 단체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으리라 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반짝 관심`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무신경한 사회를 향한 절박한 몸짓인지도 모른다.  
 장애를 가진 이들의 바람은 특별대우가 아닌 편견 없는 이해와 공감이다. 다중이용시설에는 의무적으로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엘리베이터·휠체어 리프트 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비장애인이 이용하다 적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보여 주는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설령 오늘은 운 좋게 비장애인으로 살더라도 내일 일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모든 비장애인은 곧 예비 장애인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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