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초롱그림회 17인 작품전, 그림으로 삶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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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초롱그림회 17인 작품전, 그림으로 삶을 노래하다
  • 김수연 시민기자
  • 승인 2023.11.24 12:08
  • 호수 8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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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도서관 갤러리 `꿈길`에서 열려
11월 21일부터 12월 3일(일)까지

 `그림으로 삶을 노래하는 이들의 작품전` 색초롱그림전시회가 남해도서관(관장 윤순점) 내 갤러리 `꿈길`에서 지난 21일 개막했다.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삶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17명의 작가가 작품을 한 점씩 내걸었다. 고창선, 김점숙, 김형득, 박순미, 엄성화, 엄홍성, 이삼순, 이화제, 이희자, 이희승, 지만심, 전병구, 최인옥, 최춘옥, 표일순, 황인수 씨가 그들이다. 원래 멤버 15명에 김민우 학생과 이희승 씨가 합류했다. 요양보호사, 간호사, 농부, 주부, 강사, 학생 등 하는 일도, 사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지만 그림을 통해 삶의 굽이굽이를, 풍경을, 추억을, 소망을 노래한다. 17인 17색의 삶이 그림을 타고 노래처럼 남해도서관 갤러리를 흐르고 있다. 색초롱그림회는 지난해 12월 12인 작가전 `인생은 아름다워라`를 열었고 이번이 두 번째 전시회다.

저마다의 이야기 담은 작품세계
 취재차 찾아간 다빈미술학원 작업실에는 원장인 이진만 작가와 함께 최인옥, 엄성화 작가가 와 있었다. 최인옥 작가는 이날도 아침 일찍 밭에서 시금치를 캐다가 트럭을 직접 몰고 화실에 왔다. 이진만 작가는 첫 마디부터 이렇게 입을 뗀다. "고창선 어머니, 최인옥 어머니 같은 분들이야말로 남해의 보물이에요. 물론 기술적으로는 전업 작가나 전공자를 따라갈 수 없겠지만 일과 삶을 통해 깊이와 향기를 담은 정말 좋은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지요." 

바람소리(재료: 아크릴) - 황인수
바람소리(재료: 아크릴) - 황인수

 최인옥 작가는 친정 동네인 이동면 다정리의 장평 소류지를 그렸다. 봄에 꽃이 피면 누구나 찾아가는 명소이지만 최 작가는 그곳에 얽힌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 <봄의 서정>을 완성했다.
 고창선 작가는 이진만 작가가 `한국의 그랜마 모제스`라고 소개할 정도로 이야기와 해학과 순수한 감동이 있는 작품으로 이미 유명하다. 이번에 내건 <고무신에 대한 기억>도 고 작가가 자택에 차린 갤러리를 찾아온 누군가의 이야기를 작품화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사준 발보다 큰 고무신을 신고 나무하러 갔는데, 발이 자꾸 미끄러지는 바람에 서럽고 화가 나 고무신을 발로 뻥 차버렸던" 장면을 포착했다.
 엄성화 작가는 <감사>를 그렸다. "삶에 지쳐 있으면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눈,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음에 대한 감사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김민우 작가는 여섯 살 때부터 다빈미술학원을 다녔다. 그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공부와 진로 때문에 한동안 그림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이진만 원장의 설득으로 2년간 틈날 때마다 꾸준히 그렸고 지난 함양 산삼축제 때 고등부 대상(교육감상)을 받았다. 민우 학생은 이번 전시회에 뉴질랜드의 설산과 그곳을 상징하는 새를 형상화한 <추억>을 출품했다. 향토장학회에서 보내준 어학연수의 추억이 담겼다. "민우는 서울의 고교위탁 직업전문학교에 합격해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개인전을 열 계획도 있지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점숙 작가는 보통 새벽에 일어나 그림을 그린다. 하얀 동백꽃에 벌이 내려앉은 모습을 그린 <인연>을 내걸었다. 이화제 작가의 <가족>은 작가와 조카 네 사람이 나란히 석양의 바닷가를 바라보는, 가족이 주는 뭉클한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독신인 이 작가는 손자를 키워달라는 부모의 유언으로 실제로 조카 한 명을 키우며 살고 있다고. "이 작가님은 장애인 차량 도우미로 일하다가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해 활동하고 있어요." 

 엄홍성 작가의 <생명>을 보고 있노라면 그 놀라운 단단함과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두 다리와 한쪽 팔을 못 쓰는 중증장애를 가졌음에도, 자신은 힘없고 연약한 육신을 입고 있음에도 그의 그림에서는 갑옷처럼 단단한 힘과 생명력이 뿜어져 나온다. 
 이희승 작가는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이지만 남다른 관찰력과 섬세함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을 찍고 문화공연을 보고 여행을 다니며 그 세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색연필과 파스텔로 그린 <휴식>이다.
 여기서 미처 다 소개하진 못하지만, 김형득 작가의 <겨울바다>, 박순미 작가의 <위로>, 이삼순 작가의 <붉은 가을>, 이희자 작가의 <산책>, 전병구 작가의 <추억>, 지만심 작가의 <마중 가던 길>, 최춘옥 작가의 <풍경>, 표일순 작가의 <기다림>, 황인수 작가의 <바람소리>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색채로 우리에게 감동과 위로를 준다. 삶은 고달프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살 만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참에 나도 한번 그려볼까 용기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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