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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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1.30 17:15
  • 호수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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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초등학교에 다니는 요즘은 입학 전 유치원에서 한글과 덧셈 정도는 배우지만 국민학교를 다니던 세대의 대다수는 그렇지 못했다. 국민학교 졸업 세대가 부모가 되어 초등학교 5~6 학년 자녀 공부를 도우려다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해 당황했던 경험담을 지인들과 나눈 기억이 떠오른다. 만만히 보았던 초등학교 산수 문제가 그 옛날 중학교 때 배웠던 수학 문제로 채워진 것을 보고는 요즘 아이들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측은하다. 
 중·고등학교 교육이 입시를 전제로 했다면 살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계산과 도덕은 초등교육에서 익힌 것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어 도덕 산수만 제대로 이수해도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울 때는 각기 다른 과목이지만 살면서 만나는 많은 문제는 따로 오지 않고 묶어져 온다. 처음엔 주고받는 금전 문제로 시작해도 매끄럽게 정리하지 못하면 인격까지 논하며 도덕적 지탄과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밥을 두 번 얻어먹으면 한번은 살 줄 알아야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피할 수 있다. 항시 수학이 문제를 일으키고 도덕이 책임지는 느낌이다. 지인들과 나누는 얘기나 상담 중 다툼과 분쟁의 사연을 듣다 보면 자신은 도덕적 문제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시작은 물질적 문제에서 출발했음을 알게 된다. 
 금전적 다툼이나 나눔의 불합리성에서 시작한 문제는 결국에 상대의 인격에 생채기를 내는 것으로 쟁점이 옮겨진다.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으면 되는 산수 문제를 도덕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과장과 거짓만 늘어갈 뿐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산수도 이기고 도덕도 이기는 방법은 없다. 주고받는 산수만 잘해도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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