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단새의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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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단새의 망각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12.21 17:37
  • 호수 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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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박은동 창선면노인회장


 하루가 가고 한 달이 바뀌고 한 해가 또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런저런 계획과 다짐을 하며 호기롭게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원대한 포부나 결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계획한 후에 망각하고 또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게다가 새해의 다짐은 어떤가, 메모에 더하여 거창하게 좌우명까지 동원하여가면서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의 깊은 골짜기에는 할단새라는 전설의 새가 있다고 한다. 그 새는 밤만 되면 혹독한 추위의 설산에서 둥지도 없이 떨고 울부짖으며 잠 못 이루는 고통을 견디면서 날이 밝고 해가 뜨면 둥지를 만들어서 추위를 면하고 따뜻하게 밤을 보내면서 자야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아침이 오고 따뜻한 해가 떠오르면 간밤의 고통스러운 추위와 다짐을 잊어버린 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여기저기를 마음껏 날아다니다가 밤이 오면 또 그렇게 혹독한 설산의 추위 속에서 뼈저린 고통과 다짐을 하고는 망각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이실직고하건대 본인은 오랜 세월 동안 음주와 흡연을 하여 왔으며 몇 년 전부터 그나마 술을 멀리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그 계기는 자의가 아니었고 며칠 동안 소화가 안 되더니 불현듯 찾아온 고열과 경련 및 복통으로 인한 병원 응급실 행이었다. 병명은 담도 결석, 급성 담도염, 급성 췌장염의 합병증이었으며 의사의 권유와 죽을 만큼 극심한 고통이 음주를 막은 것이다.
 그런데 흡연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담배는 분노와 불안, 슬픔에 마법을 걸어서 잠재우는 부적이며, 무기력을 활성화하는 마약이라는 주워들은 수사에 더하여 휴식을 업그레이드하며, 다음 단계의 일을 하기 위한 워밍업이라는 등의 어줍은 사설까지 얹어서 예찬해 가며 자위와 당위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니 사람들의 금연은 확연히 늘어가고 단체생활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관지 염증으로 인한 가래가 잦아지며 건강까지 위험하니 금연을 수없이 다짐하고는 망각하고 또 계획하고는 포기하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
 무릇 금연뿐 이겠는가, 어쩌면 히말라야 골짜기에서 고통의 밤을 지새우며 후회하고 다짐하면서 울부짖다가 아침이 밝아오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할단새와 교감하며 일상을 영위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를 일이다.
 "내일부터는, 다음 달에는, 새해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꼭 ..." 하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제발 새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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