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은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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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은 힘이 없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1.05 16:59
  • 호수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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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화살같이 빠른 게 시간이라더니 무엇하나 이룬 것도 없이 한 해를 보내고 말았다. 새해 아침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다시금 수많은 다짐을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생기는 두려움은 없애지 못했다. 중년이라는 나이가 주는 부담이라 자신을 위로해보지만, 실상은 나약한 의지를 또다시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해가 바뀔 때면 누구라도 만나는 이들과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축복하면서 꼭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당부하곤 하는데 그만큼 습관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금연을 맹세하고 새 운동복을 사면서까지 운동을 하려 다짐해도 쉽게 중도 포기해버리는 것은, 어제의 간절함보다 오늘의 나태함이 이기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썩은 이가 아파 밤잠을 설치며 낫기만 하면 아침저녁만큼은 이를 닦으리라는 다짐과 숙제하지 않아 선생님께 벌을 받으며 두 번 다시는 과제물을 미루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안일함은 지금까지 남아 늘어난 뱃살과 담배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아무리 큰 아픔과 상처를 남겨도 지나간 시간은 멀어질수록 힘을 잃어버린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던 첫사랑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변하고 부끄러워 집 밖을 나가지 못할 것 같았던 어린 날의 실수도 세월이 지나면 얘깃거리로 바뀌어 버린다. 
 좋은 기억이든 아니면 다시 해보는 다짐이든 개인의 시간은 흘러가며 힘을 잃어도 책임지는 이가 명확하니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공동의 역사나 공익의 시간은 결코 힘을 잃어서는 안 된다. 새해를 맞이해 개인의 안위를 위한 바램 위에 공익과 지나간 역사에 대한 반성과 다짐이 깃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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