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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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1.11 16:56
  • 호수 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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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집에 TV가 없어 친구 집에서 보았던 `뿌리`라는 미국 드라마 속 주인공 쿤타킨테가 노예사냥꾼에게 잡혀 발목에 쇠사슬을 차고 채찍을 맞으며 학대를 받는 장면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문득 떠오를 만큼 충격이었다. 
 끝내 희망을 잃지 않은 쿤타킨테가 노예 생활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자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는데, 특히 우리 민족에게는 없는 잔혹한 역사라 한국인인 것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던 기억이다. 역사를 배우고 드라마를 보면 노비문화는 오랜 기간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고 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돌아보니 대부분 나라는 침략을 통해 다른 민족을 노예 삼은 것에 반해 우리는 자국민을 등급을 나누어 오랫동안 노비로 삼아 온 것에 생각이 머물렀고, 과연 우리 민족이 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인이 평등하다고 외치는 지금이지만 아직도 피부색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고 다툼의 끝이 쉬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이들의 잘못된 주장이 색으로 갈라져 우리의 정치판처럼 대립하고 있지만, 같은 색을 가진 우리는 성씨가 주는 우월함과 학벌로 지난날의 계급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문중 행사를 하고 집에 족보가 있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다른 성씨와 출신에 대한 업신여김이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지 두려움이 느껴진다. 지금의 우리는 오로지 실력으로 자웅을 겨루는 것만으로도 힘든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에 집안과 출신 내력까지 갖추어야 당당함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개인의 자유와 공평함을 유지하는 것에 저해요소는 아닌지 생각해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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