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교육 여정 마감 상주중 조용순 교장의 남해 사랑 이야기
상태바
37년 교육 여정 마감 상주중 조용순 교장의 남해 사랑 이야기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4.01.15 15:46
  • 호수 8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조용순 상주중학교 교장

폐교위기에서 대안교육특성화중학교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상주중학교, 37년 간 상주중학교를 지키며 평교사에서 교감을 거쳐 교장으로 퇴임하는 조용순 교장은 상주중학교 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삼동면 지족리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법학과와 교육대학원 공통사회교육을 전공하고 1986년 상주중학교 교사로 부임해 한평생을 남해와, 상주중학교와 함께한 셈이다. 그런 조용순 교장이 오는 2월 퇴임식 후 37년 교직생활을 마감한다. 그가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교직생활을 이어왔는지, 퇴임 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지 들어보기 위해 지난 5일 상주중학교를 찾아갔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최근 출간한 책 소식과 교직생활 중 에피소드, 남해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편집자 주>

오는 2월에 교직을 놓고 퇴임하는 조용순 상주중학교 교장이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보물섬 보물찾기』를 들고있다.
오는 2월에 교직을 놓고 퇴임하는 조용순 상주중학교 교장이 최근 발간한 자신의 저서 『보물섬 보물찾기』를 들고있다.

오랜 교직생활을 이어온 신념이 있다면 = 한 곳에서 오랜 세월 교편을 잡았지만 항상 `고인 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살았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교육의 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평교사 때부터 가슴 속에 품었고,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수업을 5분씩 길게 해서 쉬는 시간 5분을 뺏어가는 `짠돌이 선생님`으로 불렸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성실함이다. 소규모 학교 지원이 열악해 자구책으로 교육청의 다양한 공모사업에 도전했고 때로 저나 동료들의 업무가 과중할 때도 있었지만 맡은 직분을 꾸준하게 착실히 수행한 것이 인생의 자산이 되고 밑천이 됐다. 지금도 상주중학교는 특성화 중학교로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모사업 활동으로 타학교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책 소개를 부탁드린다 = 이 책은 남해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남해를 알리기 위해 쓴 책이다. 제목도 『보물섬 보물찾기』다. 남해를 지리, 역사적으로 소개하고 상주중학교와의 인연을 길게 다뤘다. 대학원 시절 교수님의 권유로 죽방렴에 관한 논문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평생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사는 죽방렴 이야기도 나온다.

상주중학교 현관에는 상주중학교가 시행하고 학생들이 참여한 사업들의 명칭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다.
상주중학교 현관에는 상주중학교가 시행하고 학생들이 참여한 사업들의 명칭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다.

37년 교직생활을 마치는 소회가 남다를 듯 하다 = 평교사에서 교감, 교장으로 퇴임하면서 그간 크고 작은 사연도 많았고 학교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맘고생도 많았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인정받지 못한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격려해주고 힘을 북돋아준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돌아보면 대안특성화 학교로 전환할 당시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동의해준 것도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학생과 학급수가 늘었고 학교가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학교는 작지만 큰 아이를 만들어 내는 교육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떠날 수 있어 함께해준 선생님들과 아이들, 학부모님들께 감사한 따름이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중국 당나라 시대 임제선사의 언행을 기록한 <임제록>에 나오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말을 해주고 싶다. 어디에 있든 네가 서 있는 곳의 주인이 돼 능동적으로 선도하라는 뜻이다. 교사와 학교가 이끌어가는 수동적인 교육은 메마르고 흥미없는 학습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이 스스로, 또 함께하는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래서 학교 비전도 다함께, 즐겁게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교육으로 삼았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가서도 내가 선 곳의 주인이 돼 참여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덧붙여 삶과 교육이 동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곳이다. 물론 지식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역량을 키우고 미래 주역으로서 독서하고 토론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혼자 앞서가지 않고 더불어 손잡고 같이 가는 사회의 주역이 되어 남해를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퇴임 후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지 = 퇴임이 다가오며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해온다. 나는 남해 지족에서 나고 자라며 남해 자연 속에서 배웠고 거의 모든 삶을 남해에서 살아왔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남해의 문화와 유적, 남해 사람들의 인심과 같은 숨겨진 남해의 정신을 알리고 싶다. 남해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담아 남해를 발굴하고 알리는 책을 더 쓰고 싶다. 상주엄살롱으로 시작한 미술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보물섬 보물찾기> 부록에서 조용순 교장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조용순 교장의 퇴임식은 오는 2월 22일로 예정돼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