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문화마을 조성해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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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문화마을 조성해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 알리고 싶다"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4.01.26 17:01
  • 호수 8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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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시대 고려대장경 관련 연속 인터뷰 ① │ 김정렬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장
김정렬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회장이 지난 23일 대장경판각문화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정렬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회장이 지난 23일 대장경판각문화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고려대장경 남해 판각`을 둘러싼 문제가 최근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10월 13일 남해 아난티 그랜드레지던스홀에서 열린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현대적 재발견` 심포지엄이었다.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가 주최하고 남해군, 대한불교 조계종, 동국대학교 후원으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대종사, 돈관스님(동국대학교 이사장), 혜공스님(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성각스님(남해군사암연합회 회장) 등 종단의 영향력 있는 스님과 관련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고려대장경 판각지 복원사업에 힘을 모았다.
 남해군도 올해 군정 기조 중 하나로 고려대장경에 방점을 찍었다. 장충남 군수는 신년사를 통해 "남해군은 고려대장경의 판각지이자, 성웅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승전인 노량해전이 펼쳐진 곳임과 동시에, 보국안민의 정신에 기반한 동학 농민 운동이 왕성했던 고장"이라며 "이렇게 자랑스러운 역사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유적지와 관광명소를 제대로 만드는 데 군정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해군은 올해 예산에 △고려대장경 판각지 홍보 조형물 설치 사업 5천만원 △고려대장경 분사대장도감 복원 종합계획 수립용역 사업 5천만원 등 모두 1억원을 편성했다. 
 반면, 고려대장경 관련 사업에 대한 남해군의회의 시각은 달랐다. 남해군의회가 예산 심사를 통해 "20년 가까이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고려대장경 판각지와 관련한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게 없었다"며 관련 예산 1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이에 남해군사암연합회가 지난 3일 남해군의회를 방문해 예산 삭감 이유를 묻는 형식을 빌려 예산 삭감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군내 사찰 주지스님들의 방문을 받은 임태식 남해군의회 의장은 "주지스님들께서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의회가 더 공부하고 소통하겠다"라고 말해 고려대장경 관련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트였다.
 이러한 갈등을 접하면서 <남해시대>는 고려대장경 남해 판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지역사회가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남해시대 고려대장경 관련 연속 인터뷰>를 시작한다.
 첫 인터뷰 자리에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김정렬 회장을 모셨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대장경판각문화센터에서 있었다.
 
먼저 회장님과 고려대장경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 고려대장경과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저는 군청 문화관광과에서 문화재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불교방송학술조사단이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추정되는 고현면 일대를 취재하면서 관당성지, 망덕사지, 안타골, 선원사지, 백련암지 등을 함께 찾아다녔다. 이 방송에 나가면서 고려대장경 판각지가 남해에 있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대장경 판각지 발굴에 관심을 쏟으며 취재한 김정학 불교방송 PD와 고(故) 정의연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박상국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는 언제 결성됐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 우리 보존회는 2015년 7월 25일 발기했으며, 초대회장으로 정평주 전 남해군 기획감사실장을 선임하고 15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현재 회원은 50여명으로 판각 성지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 
 2022년에는 고현면 탑동에 대장경판각문화센터가 건립돼 2층에 사무실과 판각체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판각체험을 하고 있으니 판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사전 문의 후 찾아오면 된다.
 

"남해사람들이 앞장서 대장경판각지 남해 널리 홍보해야"

김정렬 회장이 대장경판각문화센터 2층에 있는 판각체험실에서 운영하는 판각체험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렬 회장이 대장경판각문화센터 2층에 있는 판각체험실에서 운영하는 판각체험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가 그동안 해 온 일들을 소개한다면 = 우리는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모두 10회의 학술행사를 열었다. 고려대장경 판각과 남해(2012), 남해대장경 탄생의 비밀을 풀다(2013), 고려대장경판각유적지의 역사적 가치와 활용방안(2014), 고려대장경 판각의 비밀을 풀다(2015), 고려대장경 성역화 및 관광자원(2018), 대장경과 일연, 그리고 남해(2019), 남해팔만대장경의 새로운 모습(2020), 한국의 대장경, 세계속의 대장경(2021), 예술을 매개로 한 대장경 판각의 홍보방안(2022),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현대적 재발견(2013)이 그것이다.
 대장경 판각지의 고고학적 조사로 고현면내 고려대장경 판각성지 유적조사 및 문헌조사 12건을 실시했다. 고려대장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 중에서도 남해에서 고려대장경이 판각됐음에 다른 의견은 없었으며, 그 유력한 후보지로 고현면이 거론되고 있다. 고려대장경 판각시기와 각종 유적이 복수로 확인되고 유적들에서 모두 원시납 명문기와가 출토돼 연관설이 입증됐다. 고려대장경과 관련된 산적한 과제 중 하나인 고려대장경 판각장소가 고현면 일원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박상국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는 대장경판은 남해에서 전량 판각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모두 판각됐다는 문제와 대장경 판각을 지휘한 도감의 운영형태에 대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앞으로 실시해야 할 문화재 발굴조사 결과가 그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님께서는 고려대장경의 남해 판각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 현재까지 진행된 10회의 고려대장경 판각지 학술조사와 12회의 고고학적 조사를 거쳐 남해가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해는 첫째 최우와 정안에 의해 고려대장경 판각의 경비를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고, 둘째 지리산과 섬진강을 이용한 판각용 목재 조달이 용이하며, 셋째 몽고의 침입으로 정부가 강화도로 피난을 가면서 전 국토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는데, 섬이라는 지리적인 특징을 가진 남해는 안전하게 대장경을 판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고려대장경의 남해 판각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를 잘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 고려대장경이라하면 많은 사람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몽고의 침입으로 정부가 강화도로 피난을 떠나 강화도 선원사에서 대장경을 판각하고 그 후 합천 해인사에 보존 관리되어오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남해군과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는 종경록(宗鏡錄) 권27(정미세고려국분사남해대장도감 개판 丁未勢高麗國分司南海大藏都監 開板)이란 목판 한 조각을 찾아 30여년간의 각종 학술조사 및 판각지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이제는 고려대장경 판각지가 남해라는 것을 인정받고 있다. 전시홍보물 대장경 르네상스 등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나 예산 삭감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해 연말 남해군의회가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사업 예산 1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보존회의 입장이 궁금하다 = 지난해 10월 13일 남면 아난티에서 열린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현대적 재발견 심포지엄에는 남해군의회 의장님을 비롯한 여러 군의원님들께서 참석해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셨다. 이 자리에서는 주제발표자와 토론자, 군민들께서 앞으로 남해군과 우리 보존회가 추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많은 의견과 제안을 해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대장경 관련 예산을 반영시켜 줄 것이라 믿었다. 비록 올해 당초 예산 심의에서는 삭감됐지만 추경에 꼭 반영돼 고려대장경 성역화 사업이 날개를 달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끝으로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장으로서 군민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앞으로 우리 보존회는 남해군과 협력하고 남해군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문화재 발굴과 교육 등을 통해 고려대장경의 과거와 현재의 역할과 의미를 규명하고 발전 방향을 마련해 해 나갈 것이다. 동서기록문화의 교류 거점 지역으로서 남해군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심포지엄을 계기로 판각지를 중심으로 대장경판각문화센터 시설을 보완해 판각지 복원, 판각공원·판각테마길·대장경 문화마을을 조성하고자 한다. 또 목판인쇄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대장경판각지 관광자원화 사업을 함께 추진할 계획인 만큼 군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끝으로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는 국보 32호인 고려대장경이 남해에서 판각됐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군민들께서는 이를 널리 홍보해 주실 것을 간절히 청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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