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와 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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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와 MMA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2.05 10:32
  • 호수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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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홍수환, 박찬희, 김태식, 장정구의 공통점은 1970~1980년대 한국을 빛낸 권투 챔피언들이다. 한국이 막 경제 개발도상국으로 발돋움하던 시기, 이들의 세계 챔피언 타이틀 획득과 방어전 성공은 우리들의 자부심이었다.
 TV가 없어 친구 집에 동네 사람이 모여 이들의 경기를 보는 것은 당시로서는 축제 같았다. 결코 식지 않을 것 같았던 권투의 인기가 차츰 시들해진 느낌이다. 당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라는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일본의 이노키와 레슬링과 권투의 혼합된 룰로 시합을 하며 세계의 관심을 받았는데 이 경기가 최초의 종합격투기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정작 시합이 벌어지자 알리는 링을 돌며 이노키에게 서서 싸우자는 제스처를 취했고, 이노키는 바닥에 누운 채 알리에게 들어오라는 수신호를 하며 경기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지난날 권투가 흥행했던 시절에 우리의 삶의 기술도 딱 그만큼 이었던 것 같다. 두 주먹만으로 자웅을 겨루고 상대가 쓰러지면 카운트를 하며 기다려야했던 것처럼, 세상살이가 인내심이 있고 단편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MMA라 불리는 종합격투기가 대세인 요즘, 우리의 삶도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졌으며 도덕적 가치의 틀이 넓어진 듯하다. 이길 수만 있다면 손발은 물론이고 잡고 비틀며 매달리기까지 하는 MMA의 규칙처럼 삶도, 살아가는 기술도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우리는 소위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웬만한 것들이 허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기는 것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라는 외침이 허공에만 맴도는 것 같지만, 인내심을 찾는 유일한 수단이지 않을까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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