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맞이 행복 비결 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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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맞이 행복 비결 대방출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2.08 11:57
  • 호수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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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세이 │ 이현숙 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이 현 숙
칼럼니스트

 행복이란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산 너머 무지개와 같은 것인가. 몇 해 전 주민건강 통계 작성을 위한 표본 조사차 조사원이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윽고 행복도(幸福度) 평가 항목을 포함한 모든 설문조사가 끝나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행복하실 수 있죠?" 그날 밝히지 않은 비결 아닌 비결을 지금 공개한다. 사실 너무 싱거울 수도 있어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인생이 녹록치 않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인생 그래프를 보면 어느 날은 돌돌 흐르는 시냇물처럼 완만하고 어느 날은 성난 파도처럼 급상승 곡선을 그린다. 시기별로 뭉뚱그려 봐도 매한가지다. 초·중년은 무탈하다가 말년에 된통 고생하든 아니면 인생 초반에 평생 고생을 다하든 시련의 패턴은 각인각양이다. 시련의 내용 또한 생사고락과 길흉화복이 교차하면서 다채롭기 그지없다. 가난, 외로움, 우울, 이별, 사별, 사업 부진, 진학과 취업 좌절, 애인 변심, 배우자 외도, 신병 비관 등 점집이 성행하는 이유와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면 이 많은 시련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각자의 마음이다. 따라서 인간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부정의 씨앗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행복의 관건이다. 사랑이든 젊음이든 재물이든 지식이든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불행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능력 밖의 것들을 갈망하는 데서 고통과 번민이 싹튼다. 사람, 몸, 돈에 집착하는 한 참된 행복을 누릴 확률은 높지 않다. 
 첫째, 시련의 속성과 의미만 제대로 이해해도 행복 점수의 기본은 한다. 간난고초를 마주하면 당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극복한 뒤의 행복감은 배가된다. 한참 숨을 참았다가 숨을 탁 터뜨렸을 때의 그 기분이다. 매화꽃망울은 알싸한 추위를 겪은 뒤 암향(暗香)을 내뿜는다. 사람도 시련을 통해 속이 점차 여물어 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련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편이 오히려 손해인지도 모른다. 
 둘째, 시련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 외에 누군가는 이미 겪었거나 아니면 앞으로 겪게 될 일들인 것이다. 당연히 나 홀로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사리에 맞지 않다.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시련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산 사람의 삶까지 피폐해지는 일이 있다.
 셋째,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은 바꿀 수 있다. 젊은 말은 근육이 있고 늙은 말은 경험이 있듯, 청년에겐 패기가 있고 노인에겐 지혜가 있다. 흘러간 청춘을 애달파할 이유만은 없다. 자포자기에 빠지는 원인 중 하나가 금전적 손실이다. 작년 말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맥켈란 1926` 위스키 한 병이 한화로 약 35억에 팔렸다. 돈 많은 호사가도 아니면서 정신 나간 소리인지는 몰라도 비싼 위스키 한 잔 홀짝 마신 셈 치고 털어 버리자. 
 넷째, 쓰잘머리 없는 고민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인생 고민의 십중팔구는 삶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들이다. 심신이 지쳐 쓰러지기 전에 죽고 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내려놓는 게 현명하다. 인간의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제멋대로 통제하려 드는 점령군의 포로가 되어 불행을 재촉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쓰라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생의 역전 드라마를 쓴다면 그만큼 멋진 일은 없다. 
 오매불망 바라던 것을 얻는 순간 모두들 행복에 겨워 춤춘다. 그런데 처음부터 바라는 게 많지 않으면 좀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행복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느껴지는 데에는 삶 안에 기쁨과 즐거움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나친 기대와 욕심으로 행복 민감도가 무뎌진 탓에 손에 쥔 행복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웃을 일만 넘쳐나는 삶은 없다. 슬픔과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건 환상이다. 하지만 슬픔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슬픔을 극복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간단치 않다. 이럴 때 시도해 볼 만한 게 `호흡법`이다. 숨쉬기가 행복의 비결이라고 하면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산다는 것은 숨쉬기의 연속이다. 
 숨이 곧 삶이다. 숨 외에 모든 것은 덤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객관적으로 세심히 꾸준히 관찰하다 보면 한 호흡 한 호흡이 위대한 기적임을, 하루하루가 더없는 선물임을 깨달을 때가 온다. 달리 표현하면 행복이 자신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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