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아픈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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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아픈가요?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2.22 12:08
  • 호수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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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지인 중 도시에서 개인병원을 개원했다가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를 접할 때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귀촌할 것을 권하곤 했다.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노령화됐고 큰 병보다는 고질적인 질환으로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이들이 많은 시골의 특징을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에 가려고 농사를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억척스러운 부모님들의 생활력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지만, 생활이 나아짐과는 상관없이 일손을 놓을 것 같지는 않다.
 많은 연세에 오랜 농사일을 해오셨기에 고질병으로 병원을 자주 찾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진료 후 링거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육체적 치료를 받는 것보다 같은 처지의 환자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더 많은 힐링을 하고 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마저 드는 현실이다. 
 평소 친절한 의사나 간호사에게 직접 재배한 채소나 참기름 등을 전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하는데 가진 지병보다 외로움으로 더 힘든 것은 아닌지 걱정마저 든다.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욕쟁이 할매가 운영하는 국밥집에 빈자리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들은 기억이 있다. 국밥 맛과 더불어 구수한 할머니의 욕이 어떤 잃어버린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단골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의사가 반말이나 꾸지람으로 환자를 대하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오히려 인기가 많다.
 "어허, 일하지 말라 했더만 또 했네. 마늘쫑 또 뽑으면 허리 못 나순다캐도."
 대기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의사의 잔소리가 꼭 아들이 엄마를 걱정하는 듯한 정이 담겨 있어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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