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유공자들의 흔적남기기 시작과 끝 `서상길` 그의 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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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유공자들의 흔적남기기 시작과 끝 `서상길` 그의 손에서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4.03.08 15:49
  • 호수 8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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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흔적남기기 전시회`를 관람한 수 8만5천명
"흔적남기기 사업은 새로운 관광 먹거리 `다크투어리즘`"
"(가칭)흔적 전시관 참전유공자들의 쉼터 역할도 하길"

인터뷰 | 서상길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남해군을 전국의 호국보훈 교육장이자 관광지로 떠오르게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추진위는 남해군이 2020년 특수시책으로 시행한 흔적남기기 사업을 통해 설립됐고, 실제 6·25참전유공자들과 월남전참전유공자들을 만나 일일이 기록물들을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2월 18일부터 현재까지 남해유배문학관 특별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서상길 추진위 사무국장은 흔적남기기 사업을 처음부터 함께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고 남해군에서는 별도의 전시관을 건립하기 위해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흔적남기기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몸담고 있는 유일한 요원이자 참전유공자, 서상길 사무국장을 지난 4일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보고 향후 방향성을 들어봤다.

 

서상길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난 4일 남해유배문학관 내 흔적남기기 특별전시회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상길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난 4일 남해유배문학관 내 흔적남기기 특별전시회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남해군이 `6·25와 월남전 참전유공자의 흔적남기기 사업` 추진 실무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접해 월남전 참전유공자인 제가 해보면 좋을 것아 지원하게 됐다. 2021년 2월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고(故) 최준환 6·25참전유공자회 남해군지회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제가 사무국장을 맡아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까지 흔적남기기 특별전시회를 통해 다녀간 방문객 수와 보유하고 있는 유물 종류와 수가 궁금하다 = 2022년 2월부터 2023년 12월말까지 우리 전시관을 다녀간 관람객수는 8만5722명이다. 이 기간 동안 보훈단체의 전적지 관광이 41건이고, 학생들의 안보체험교육이 22건 등 단체관람이 195건 있었다. 흔적자료를 전시한 참전유공자는 6·25가 178명, 월남전이 216명, 총 394명이다. 현재 전시하고 있는 흔적자료는 총 3899점인데 이중에는 훈·포장이 43점, 훈장증·표창장이 30점, 앨범류가 38권 등으로 사진을 제외한 흔적 실물이 총 298건이다.
 
흔적남기기 사업을 통해 2023년 남해군민 대상 관광·문화예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소감 중 `다크투어리즘`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는데, 흔적남기기 사업으로 다크투어리즘이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가? = 먼저, 흔적남기기 덕분에 군민대상을 받았는데, 흔적남기기 사업에 대한 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흔적남기기 사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유공자 개인의 흔적이나 실제 전투에서의 생생한 경험 담 등을 수집하여 이를 전시하는 사업으로 이 전시를 통해 비록 간접으로나마 전쟁의 참혹함을 체험하고 교훈을 얻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특히 전시회장을 찾았던 많은 학교 선생님들이 흔적전시가 학생들의 안보체험교육으로 적합하다고 하면서 교육위원회와 학교들에게 홍보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전국에 소재하는 보훈 단체가 3천개가 넘는데 이들은 매년 1~2회 전적지 순례를 다닌다. 흔적전시관이 타 전시관과는 다른 개인의 흔적을 전시하는 전국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홍보를 제대로 하면 많은 보훈단체가 전적지 순례를 올 것이라 예상한다. 
 나아가, (가칭)흔적남기기 전용전시관이 완공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관광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남해의 또 다른 먹거리 될 것으로 전망한다.
 
흔적남기기 사업을 처음부터 함께 추진했던 최준환 위원장이 노환으로 별세해 최준환 위원장의 빈자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의 사업 추진과 계획에는 지장이 없겠는가? = 최준환 위원장님은 지난 3년 동안 본 흔적남기기 사업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완성해 보고 싶다면서 90세가 넘은 노구임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쏟으셨던 분이다. 온몸에 땀이 흠뻑 적실 정도의 무더위에도 그리고 겨울의 차디 찬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참전유공자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충성"을 외치며 그들의 전공담을 듣고 자료를 찾아 전시를 완료했다.
 남해군 참전유공자들의 흔적 조사는 마쳤지만 앞으로 (가칭)흔적남기기 전용전시관의 신축과 운영·홍보 등 할일이 많은데 고인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무엇보다, 그렇게나 바라던 전용전시관의 개장식을 못보고 가신 것이 많이 아쉽다. 
 그래도, 올해부터 이충방 신임 위원장이 선출됐기 때문에 흔적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해군 행정은 현재 흔적남기기 전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점과 관련해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면? = (가칭)흔적남기기 전용전시관의 기본 설계는 지난해 끝냈고, 올해는 실시설계를 하고 공사를 착공해 내년 말에 준공할 예정으로 남해군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건물 설계와 더불어 전시 기획·설계를 해야 하는데 우리 (가칭)흔적남기기 전시관은 참전유공자 개인의 흔적을 전시하는 곳으로 다른 전쟁 전시관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흔적전시의 특성을 살린 전시장 설계를 위하여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현재 6·25참전유공자들은 평균 93세 이상, 월남전 유공자들은 평균 77세 이상으로 초고령에 속한다. 신체적으로 활동하기에는 제약이 있어 보이는데, 앞으로 추진위는 어떤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는가? = 남해군의 참전유공자는 흔적조사 시작시점(2021년 2월)에는 6·25가 215명, 월남전이 242명이었는데, 2023년 말 기준으로 6·25가 115명, 월남전 218명으로 줄었다. 특히 6·25참전유공자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6.25참전유공자는 모두가 90세가 넘는 노령으로 활동이 어렵고, 월남전 참전유공자도 대부분 70대 후반의 나이로 많은 분이 돌아가시고, 대부분의 유공자들이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참전유공자들이 번듯한 집에서 거주하는 이는 별로 없고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서 안정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 국가를 위해 몸 바쳤던 늙고 병든 노병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많은 참전유공자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가칭)흔적남기기 전용전시관이 완공되면 전적지로써, 또 참전유공자들의 쉼터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흔적남기기 사업 추진위원회는 참전유공자 관련 5개 단체 △6·25참전유공자회 △월남전참전자회 △고엽제전우회 △상이군경회 △무공수훈자회 남해지회장으로 구성돼 있어 참전유공자들의 의견을 새로 건축할 전용전시관의 건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전시설계는 참전유공자 개인흔적의 전시라는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할 것이다. 향후 전시장의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남해군과 많은 협의를 할 것이다.
 
본인에게 흔적남기기 사업이란 어떤 의미인가? = 흔적남기기 사업은 60~80년 전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참전 군인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사업으로, 그간 어디에서도 보존하고 관리해 주는 곳이 없어 그냥 버려졌던,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자료를 전국에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발굴·전시하는 사업이다.
 특히 참전유공자들의 전공담을 일일이 육성으로 녹음해 보관하고 있어 앞으로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최준환 위원장님과 제가 수집, 보관, 전시를 담당함으로서 전국의 미디어로부터 수차례 조명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격려를 받고 있어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정부에서도 하지 못하던 일을 제가 맡아서 하고 있다는 데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일을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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