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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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3.22 09:05
  • 호수 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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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옷 입기 참 모호한 계절이다. 해마다 추운 겨울바람을 뚫고 매화가 필 때면 밤낮의 기온 차가 커지고 곧 여름이 찾아올 듯 햇볕이 따스해진다. 성급하지 않으려 해마다 겨울옷 넣는 것을 미루다가도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어쩌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결국 옷장 정리를 하고 만다.
 혹여나 오늘은 추울지 모른다며 애써 챙긴 외투가 무거운 짐짝처럼 느껴지기를 하다가, 결국 외투를 두고 온 날 호된 추위에 혼나기 일쑤다. 이 시기 계절의 변덕은 예정된 것이건만 항상 조절에 실패하여 감기를 겪곤 했는데 올해는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매화로 시작하여 벚꽃이 비바람에 흐드러질 때까지 따스한 햇볕과 내리는 비에 더불어 강한 바람의 반복은 아름다운 꽃과 영글 열매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좋은 것과 고비를 미리 얘기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흙빛의 공간이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모든 것이 풍성해지기 시작한 요즘 어르신들의 부고가 늘어가는 것을 보며 자연의 이치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봄이 오고 꽃이 만발한 시기에 갑자기 찾아오는 추위를 꽃샘추위라 한다. 계절이 꽃피는 것을 시샘할 리 만무하지만, 이 말을 쓰는 것은 철 지난 추위가 억지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시샘이란 잘만 이용하면 자기발전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시샘은 자기발전의 원동력보다는 타인을 깎아내려서 자신의 위치를 다지는 것에 더욱 경주를 다 하는 모양새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꽃을 피우듯 우리도 주위의 시샘을 이겨내는 지혜와 힘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유 없는 시기와 질투의 바람에 동조하지 않는 튼튼함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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