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상태바
그물
  • 남해타임즈
  • 승인 2024.03.29 11:01
  • 호수 8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고 얼마 후 어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아버지 사업을 망하게 했다"라는 웃지 못할 소문이 한참 돌았다. 당시 불법 어업이 기승이었기에 시행한 일명 고대구리(저인망어업) 단속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제강점기 남해안에서 불법으로 성행한 저인망산업이 광복 후에도 늘어나 바다 자원의 고갈이 우려되자 단속을 시행한 것이다. 어민들의 소득원이었던 어업 활동이 하루 아침에 단속 대상이 되자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 사업마저 망하게 한다는 소문이 돌았기에 오히려 어민들은 정부의 대응에 별다른 토를 달지 못하고 바르게 근절됐다.
 저인망어업이 무서운 이유는 펼쳐진 자루 모양의 그물로 바닥층까지 깡그리 훑어 버리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물코가 매우 좁아 들어온 고기는 크기와 상관없이 씨를 말려버리기에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어업 행태였다. 우리나라에 불법 어업이 사라지자 중국 어선이 영해를 침범해, 그때의 우리처럼 바다를 황폐화한다고 하니 바다 지키기도 참 어려운 것 같다. 
 사람도 마음에 타인을 평가하는 그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누구의 그물은 크기와 간격이 넓어 살아가며 일정한 크기 이하는 대수롭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고 다른 누군가의 그물은 좁고 촘촘해 웬만한 것은 다 잡아버리니 말이다. 
 타고나거나, 아니면 교육이나 세월이 흐르며 생긴 이해의 그물 크기나 넓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에 따라 그물코가 변하는 것은 큰 문제다. 같은 편이나 가족이면 고래도 지나갈 만큼 넓어졌다가도, 다른 편이라 생각되면 치어 한 마리도 지나지 못할 만큼의 넓이로 변해버리는 것을 바라보며 법 이전에 도덕이 우선되기를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