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읽은책- ‘작은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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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읽은책- ‘작은 집 이야기’
  • 경명자(어린이책시민연대남해지회)
  • 승인 2009.09.24 16:16
  • 호수 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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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같은 책

예전 설천 동비는 마을 앞 들판이 넓진 않지만 이모작을 할 수 있는 논과 밭이 있었다. 동네엔 거의가 농업이고 몇몇 가구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팔고 조개와 굴을 까서 가정 살림을 일궈냈다.

봄에는 냉이를 캐러 다녔고 쑥과 돈나물을 캐서 용돈을 마련했다. 여름엔 소 꼴 베러 들녘을 헤매고 다녔다. 가을엔 벼를 베서 탈곡한 벼 짚단을 나르며 그 사이로 집을 짓고 놀이를 하기도 했다. 겨울엔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고 얼음 지치기를 하며 해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그랬던 내 고향 남해도 풍광 좋은 곳엔 어김없이 최고급 집이 버젓이 서 있다. 펜션이 많고 별장이 들어섰다. 경치가 좋은 곳은 골프장이 넓게 들어서서 바다에 근접하게 갈 수 없도록 쇠 담장을 쳐 놓았다.

참 슬픈 일이다.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네 자연과 땅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과연 자연을 파괴하면 인간이 살 수 있을까? 갯벌이 사라지고 푸른 녹색이 숨 쉬는 땅이 콘크리트로 발려져 땅이 숨을 못 쉬면 우리네 환경을 어떻게 될까?

요즘도 자고 일어나면 건물과 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된 도로가 들어서있고 닦여져 있다. 논, 밭, 산이었던 곳에…….

‘작은집 이야기’라는 그림책이 있다. 표지가 자연의 색을 담아서 작은 집과 나무, 들판을 그려놓았다. 시골 마을에 작은 집이 한채 있었다. 아주 튼튼하게 지은 집이다. 그래서 손자의 손자의, 그리고 그 손자의 손자가 사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오래도록 남아있을 거라고 한다.

주변 경치도 무척 아름답고 밤낮의 변화, 사계절의 변화는 더욱 아름답다. 저마다 뽐내는 계절을 보내고 또 보내지만 작은 집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느날 누군가가 길을 내어서 차가 다닌다. 한대 두대… 이제 작은 집 뒤로 집이 자꾸 생긴다. 주유소, 휴게소가 생기며 모든 것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연립주택도 생기며 이제 밤이 되어도 조용하지 않고 가로등 불빛이 환하다. 전차도 다니고 오래지 않아 작은 집 위로 고가 전철이 다닌다. 매연, 소음으로 집이 흔들리고 이제는 사계절이 있는지조차 구별할 수 없었다.

작은 집 아래로 지하철이 다니게 됐다. 아파와 연립 주택을 헐어서 3층, 4층 지하실을 파고 오래지 않아 높은 건물을 지어 올린다. 25층, 35층 건물이 들어서고 모두가 바삐 움직인다. 꽃도 사과나무도 들판도 달과 별도 볼 수 없었다. 작은 집은 너무 외롭고 슬펐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작은 집을 지은 손녀의 손녀가 초라한 작은 집을 보고 할머니가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인 걸 알고는 이삿짐 센터의 도움으로 작은 집을 들어 올려서 집을 옮긴다.

먼 시골 마을 들판 한가운데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는 언덕에 땅을 파고 집을 옮겼다. 유리창도 고치고 바깥 벽도 예쁘게 색칠했다. 이제는 해도, 달도, 별도 볼 수 있고 사계절이 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작은 집은 행복했다.

예전의 평화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림과 글자의 배치가 조화롭다. 글자의 배치가 구불거리며 그림처럼 느껴지게 한다.

글자의 배치도 특이하지만 그림도 아주 특이하다. 사계절을 뚜렷이 나타낸 것을 보면 내가 살고 있는 고향의 계절과 똑 같고 회색도시를 나타낼 때는 그림이 책 전체를 집어 삼킬 듯한 느낌을 줬다. 글씨도 구불구불, 그림도 구불구불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자연만큼 아름답고 고마운 것이 있을까? 심신이 힘들 때 위안과 치유를 위해서 자연에 안기면 그 이상의 처방이 없고 기쁠 때도 자연을 찾으며 그 마음을 풀어 놓는 건 자연을 거부할 수 없는 힘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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