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판각지 사업, `소통·홍보·군민 공감대 부족` 수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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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판각지 사업, `소통·홍보·군민 공감대 부족` 수면 위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4.01.12 16:27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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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연합회 "종교계를 초월한 세계역사문화유산" 삭감 유감
의회 "세계문화유산 공감…집행부 설명, 사업 내용 부실" 답변
 
의회 "매년 예산 투입…성과와 군민 공감대 형성 부족" 여론 전해
사암연합회 "20년 연구, 학계·조계종 관심 이끌어내" 성과 제시

<1면에 이어>

 성각스님까지 입장을 들은 후 임태식 의장은 "사업을 검토할 때, 남해군 전체 살림살이를 살펴봐야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에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의회도 성찰하겠다"면서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사업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하복만 의원은 "예전에는 남해가 판각지냐, 아니냐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지금은 불교계에서도 승인해주고 있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며 "불교계와 남해군의회, 남해군이 같이 힘을 모으면 남해가 판각지로서 완전히 일어설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장영자 의원은 "당연히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는 환영한다. 그러나 예산 삭감의 이유가 정당이 달라서는 아니다"라며 "집행부가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내용이 부족했다"면서 소통 부족의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여동찬 의원은 "그동안 저를 비롯한 여러 의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사업과 관련해 군민들은 약 20년 동안 예산을 투입했는데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성각스님은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이해할 수 없다. 1994년부터 심포지엄 등을 열고, 계속 뛰어다니면서 남해가 판각지였음을 알려왔다. 그러니 종정 큰 스님 예하 조계종과 학계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매년 열고 있는 산사음악회도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를 알리기 위한 행사"라고 근거를 들었다.
 또한 승원스님은 "지난해 KNN에서 특집으로 방송한 <천년을 넘어 영롱하게 살아있는 부처님의 말씀 `고려대장경`>이 반응이 좋았다. 이외에도 여러 언론에서도 판각지가 남해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고려대장경과 판각지는 불교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문화 자산이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예산 삭감 이유 해석
 여러 의견들이 오간 가운데,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추진할 사업 내용이 부실하고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종길 의원은 "남해군이 고려대장경 판각지라고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한 조형물 설치 사업의 예산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군비가 어려우면 국·도비를 더 확보해서라도 예산을 늘리는 게 맞다"며 "계획 내용 중 조형물 설치 장소를 감암터널뿐 아니라, 창선삼천포대교 방면까지 확장해야 하고 조형물 크기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러 의원들이 공감의 뜻을 표했다.
 이와 함께, 20년 가까이 사업이 추진됐지만 군민들에게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는 여전히 어려운 내용이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홍보가 부족했다는 것도 참석자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해석은 이날 간담회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5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회의록에도 나타나 있다.
 당시 최은진 남해군 문화체육과 과장은 의원들에게 "저희가(문화체육과)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신규 국·도비 사업을 이렇게 받기 위해서 (경남)도에 투자심사담당관과 협의해 본 결과, `기존에 추진했던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사업 기본 계획 및 타당성 보완 용역 같은 경우에는 (경남)도 투자 심사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기 때문에 이 사업으로 해서 다시 저희가 재도전을 하는 것은 불가하다`라는 의견을 받았고 그래서 새로운 사업명으로 투자 심사를 받아야 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특히 최은진 문화체육과장은 "저희가(문화체육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지금 남해가 판각지로서 많은 학술 조사나 고증 연구 실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외적으로 홍보를 못했다"면서 "합천 해인사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금 발굴을 하려고 한다. 신규 사업과 세부 계획을 수립하려면 이 용역을 꼭 해서 종합정비계획을 문화재청에 아니면 문화관광체육부에 꼭 제시를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 이 예산은 반드시 수반돼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의원들은 지난 심포지엄 이후 불교계와 학계에서 남해군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이러한 내용을 의회에 공유하지 않아, 사업을 보완해 추진할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간담회 말미 성준스님은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역사문화적인 내용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크게 키울 텐데 참 안타깝다. 그래도 선후의 차이가 아닌가"라며 "홍보를 하는 것도, 행정과 의회도 결국 소통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성각스님은 "행정에서 설명이나 보고가 미흡했다면 의회에서 먼저 소통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성각스님은 "고려대장경은 종교를 초월한 세계적인 역사문화유산"이라며 "대장경의 판각지가 남해군이라는 사실을 이제라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오늘 간담회를 계기로 의회에서도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면서 예산 증액을 당부했다.
 임태식 의장은 "고려대장경이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남해에서 판각됐다는 사실이 정설로 확정되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주지스님들께서 오해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의회가 더 공부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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