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면 소재지에 대장경 판각 공방들이 들어선 대장경 문화타운을 만들고 대장경 천년 숲을 조성해 나갈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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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면 소재지에 대장경 판각 공방들이 들어선 대장경 문화타운을 만들고 대장경 천년 숲을 조성해 나갈 수 있을 것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4.02.19 14:51
  • 호수 8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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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시대 고려대장경 관련 인터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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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부회장

<22면에서 이어짐>

 대장경판의 간기에는 모든 경전의 각권 끝에 `고려국대장도감`과 `고려국분사대장도감`이라고 새겨져 있으며, `고려국`이 빠진 경판도 있습니다. 전체 6,569권 중 500권만 `분사대장도감`이고 나머지는 모두 `대장도감`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 딱 한 권(『종경록』 27권)에 `고려국분사남해대장도감`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개판`은 판을 열었다는 뜻입니다. 1243∼1244년 분사대장도감에서 판각된 대부분의 경판에는 `봉칙조조(奉勅彫造)`라고 왕의 칙명을 받들어 만들었다고 새겨놓았는데 1245∼1248년 사이에 판각된 것은 `봉칙조조` 대신 `조조(彫造)`나 `개판(開板)`으로 하는 등 일정하지 않으며, 『종경록』의 경우 `고려국`이 없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개판`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전체에서 판각 장소를 밝혀놓은 것이 딱 한 개 있다는 것입니다. 그곳이 남해입니다.

지난해 10월 13일 남해 아난티 그랜드레지던스홀에서 있었던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현대적 재발견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온 김봉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 어떻게 보고 어디로 가야 하나`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3일 남해 아난티 그랜드레지던스홀에서 있었던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현대적 재발견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온 김봉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 어떻게 보고 어디로 가야 하나` 내용을 발표했다.

최근 스님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장경 관련 불교계의 흐름을 알려준다면 = 남해가 대장경의 판각지라서 그런지 남해출신의 대덕스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최근 동국대 전 이사장을 역임한 법산스님과 현 이사장인 돈관스님, 남해사암연합회 회장인 망운사 성각스님께서 대장경 판각지 복원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대장경 판각지 복원사업에 조언을 얻고자 용흥사 덕유스님을 뵈러 전남 담양을 다녀왔습니다. 고현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스님이라서 대장경 판각지에 대해 잘 알고 계셨으며, 판각지 남해의 문화콘텐츠를 다각적으로 분석해서 원형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적 해법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불교계에서는 요즘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K-컬쳐` 붐에 맞춰 올해를 `K-명상` 보급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울`과 `화`를 비롯한 스트레스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현시대에 정신건강 회복과 심신치유에 도움을 주는 템플스테이를 확대하고 K-명상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대장경을 한 자 한 자 새기는 작업도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남해에서 새긴 『종경록』과 『선문염송』 등의 경전이 명상수행의 지침서와 같은 책이기에 이러한 불교계의 흐름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계종의 성파 종정스님과 송광사의 현봉 방장스님께서도 남해군의 대장경 판각지 복원사업을 성원하고 계십니다.
 
고려대장경의 남해 판각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남해에다 분사대장도감을 설치한 배경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지리적 여건인데, 섬이라서 몽골의 침입을 피할 수 있고 목재의 수급이 유리합니다. 코앞에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고 남해안 딱 가운데에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요건입니다. 남해를 포함한 진주지역이 최우 정권의 식읍지라 물자와 자금조달이 쉬웠습니다. 여기에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문화적인 토대도 갖춰져 있었습니다.
 남해 관음포는 왜구의 침략에는 길목이자 주요 거점이라서 정지 장군의 관음포 대첩과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의 현장이었지만 몽골과의 전쟁에서는 섬이라서 오히려 화를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라 대장경 판각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나라를 지킨 `호국의 섬`이었다는 것이죠. 대장경 판각지 남해에 이러한 구국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고, 인류문화를  혁신한 목판인쇄문화의 자랑인 팔만대장경의 탄생지라는 세계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대장경의 남해 판각은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를 잘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널리 알릴 방안을 제시한다면 = 고려대장경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그것을 만든 곳에 관한 관심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오래전에 무엇을 만든 탄생지가 관심을 끌려면 실물이 출토되든지, 만든 기술이 남아 있어서 지금도 만들 수 있든지 해야 합니다. 나무판이라 실물이 남아 있기가 어려우니까 만드는 기능을 복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대중성과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장경 판각지 성역화사업`이라는 명칭도 바꿔야 합니다. `대장경`도 어렵고 `판각지`도 생소한 단어인데 `성역화`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목판인쇄문화 복원`이라는 손에 잡히는 명칭으로 변경해서 국가사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고려대장경의 판각지 남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 판각지(板刻地)는 `손`입니다. 앞에서 대장경을 `그릇`이라고 했죠? 판각지는 그 그릇을 만든 `손`입니다. 판각지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판은 `널빤지`, 각은 `새기다`, 지는 `땅`으로 합하면 `나무판에 경전을 새긴 곳`이라는 뜻입니다. 800년 전에 남해에서 만들었던 팔만대장경은 해인사에 있습니다. 판각지에는 뭐가 있나요? 판각지에는 대장경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남해에는 판각은 없고 땅만 있습니다. 새기는 기술이 있어야 판각지가 되는 겁니다. 남해에 대장경 판각 기능을 갖춘 `남해대장도감`을 복원해야 합니다.
 지금도 경전과 고문서를 목판으로 복원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원래 만들었던 곳에서 기능을 전수해서 전통을 이어가야 합니다. 대장경을 만드는 과정을 전시, 교육,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재료를 생산하고, 유적을 정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해야합니다.
 팔만대장경은 책을 만들기 위해 만든 책판(冊板)입니다. `목판인쇄문화 복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 기능을 가진 `남해대장도감`을 설립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려대장경의 판각지 남해가 펼쳐나가야 할 핵심 사업을 제시한다면 = 가장 핵심적인 것은 `남해대장도감`을 복원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목판을 만드는 살아있는 기능 없이 전시관이나 테마공원 같은 시설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민들의 삶과 연결되고 소득에도 도움이 되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될 것입니다. 남해대장도감에서 사라져가는 목판인쇄술을 복원하고 전수해 나가면서, 살아있는 목판인쇄소의 기능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낙후된 고현면 소재지를 대장경 판각과 관련한 공방들이 들어선 대장경 문화타운으로 재생시켜 대장경판각 테마거리를 조성하고, 경판과 한지의 재료목으로 대장경 천년 숲을 조성하는 등 목판인쇄문화 특화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추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요? = 사람들이 저보고 "남해서 대장경을 만든 게 맞나? 증거가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해인사에 있는 『종경록』에 `고려국분사남해대장도감 개판`이라는 간행기록이 있다. 남해에서 대장경을 판각했다고 대장경 경판에 지문처럼 새겨놨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물증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합니다.
 또한 『고려사』 열전에 `정안이 남해로 퇴거해 개인 재산을 내어 국가와 중분(中分)하기로 약속하고 대장경을 간행하였다`고 나옵니다. 
 대장경판에도 국가기록에도 남해에서 대장경을 만들었다고 확실히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현면에 있는 고려시대 절터 선원사지와 백련암지가 대장경 판각관련 경상남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습니다.
 고현면 대사리의 망덕사지와 고현면 고려청자도요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으며, 문헌 속에 나오는 정안과 일연이 관련된 정림사와 일연이 『중편조동오위』를 집필한 길상암, 정안과 혜심이 연관된 강월암에 관한 연구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고려대장경 관련 군민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대장경판각지 복원사업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문화자원을 복원하는 사업입니다. 국가와 남해군에서 추진해야 할 일이지만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없이는 제대로 이뤄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목판인쇄문화를 남해군에서 새롭게 복원해야 한다는 군민들의 이해와 응원이 밑받침될 때 강력한 추진동력이 확보되어 순조롭게 일이 성사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군민과 향우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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